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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소개,독서HAZ-2023년

오늘도 자람 -이자람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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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늘도 자람

- 이자람 지음

 

 

80년대를 거친 사람은 다 알만한 노래 '(내 이름) 예솔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려셔~ 예 하고 달려가면' 이런 노래다. 이 책의 저자다.

성장하면서 판소리에 빠져 8시간에 걸친 판소리 완창발표회를 통해 국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창작 판소리[굳이 이야기][사천 가][억척가][판소리 단편선 주요섭 추돌/살인][이방인의 노래][노인과 바다]의 대본을 집필했다.

책 내용에는 [사천 가][억척가]가 많이 거론된다. 이자람은 공연예술가, 소리꾼, 뮤지션, 음악감독, 배우, 작창가, 작가 등으로 뭐든 '잘함'의 의미로 자람이라 한다. 잘함으로 자라는 이지람 의미가 심오하다. 이번 책은 그의 첫 책이다.

책을 통해 만난 저자는 투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주며 저자의 일상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다.

 

 

책 속으로

 

나다운 나를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의 지점부터 그 여정은 참 혼란스럽다. 습관적으로 친절하려는 순간에, 그것을 발견해 내고 원하는 언어로 치환해 내는 순발력과 강단이 필요하다. 굳이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가 싶을 때면 잠시 멈추는 노력도 하고 있다.

 

 

"예솔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저는. … 착한 아줌마요."

다섯 살의 내가 텔레비전 안에서 대답한다. 사람들은 소박한 꿈을 가진 나를 귀여워했고, 나는 영문 모르고 부끄러워했다. 착하고 괜찮은 사람, 나는 이것을 해내고 싶었다. 어디서 무얼 보고 결심했을 꿈인지 모르겠다. 누가 심어준 욕망이었을까. 어린 나의 눈에 착한 아줌마는 왜 멋진 직업이었을까.

......

아내는 것이 참 어렵다. '내가 원하는 나’도, ‘그냥 나도, 계속 주변과 유기적으로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를 모르겠고, 마찬가지로 당신도 모르겠다.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섣불리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아무리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순간이 생기더라도 이제는 착한 아줌마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타인의 한중간

한때 나는 내가 타인에게 늘 친근한,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학창 시절만 해도 스스로를 엄청 털털한 사람이라 여기고 누구 나와 친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돌아보면 친구들과 차별 가득한 농담을 나누며 나의 무한한 털털함을 증명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촘촘하다.

과연 나는 털털한 사람이었을까? 친절한 말로 무장되어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인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의심한다. 사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것일까? 살다 보니 변화한 것일까? 삶에 의해 변화된 것일까? 살다 보니 필요해서 스스로를 변화시킨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지금도 나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세포가 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마음과 정신도 변화하고 있다.

굳이 밥 안 먹을 건데 '나중에 밥 한번 먹읍시다'라고 안 해도 되는 거였다. 순간을 모면하려고, 혹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순간적인 오버를 안 해도 되는 거였다.

괜히 큰 소리로 웃을 필요도 없는 거였다.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거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실례합니다. 기분이 좀 다운돼서요”라고 말해도 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꼭 다시 만나서 차 마셔요”라는 말은 고마운 사람이나 아끼는 사람에게만 내뱉는 소중한 말이 되었고 점점 누군가와의 만남이 귀해졌다.

 

 

 

 

남이 내게 해준 마음에 드는 말은, 나를 그 말속의 나와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게 한다. 말은 그래서 무겁다. 말은 어렵다. 세상에 나온 모든 말들이 어떤 생명력을 가지고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

한마디 말을 내뱉었을 때 그것의 반대, 그것의 오류, 그것의 맥락, 그것의 모순이 함께 따라온다.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문장이란 존재할 수 없고 완전한 참이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러한 말들로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불완전한 말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서로를 기다려주거나 안아주면서. 그래, 미운 말들 열 번 떠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말을 한번 되뇌도록 해보자. 내뱉는다고 상황이 달라질 건 없지만 세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차라리 좋은 걸 내뱉는 게 낫다.

 

 

 

누군가가 나에게 솔직한 거절을 해준다면 정말 감사히 거절을 당해야겠다. 그 사람은 나를 아끼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에 흠집이 없기를 바라며 애를 써서 진심으로 거절을 해주는 것일 테다. 거절은 참 어렵다. 평생 어렵겠지.

우리 모두는 평생토록 늘 커다란 힘을 써가며 거절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러니 부단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거절을 주고받으면 좋겠지. 그냥 대충 해치우고 싶겠지만 정면 승부하며 애를 써서 얻어내야 하는 기술이다. 참 내, 소리 연습과 운동으로도 모자라 거절도 훈련을 요한다.

거절이라는 것을 수업 하나로 개설해서 잘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다면 좋겠다. 우리 모두 거절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졸업한다면 사회생활에 던져졌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가?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어디서? 누구보다? 왜?

또 한 번 이야기해야겠다.

나는 최고다.

나는 나에게 최고다.

 

최고라고 자꾸 말하면 이 단어는 힘을 잃고 부서지기 시작한다. 최고라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최고가 비교급이 아닐 때 우리는 최고라는 말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최고라는 말은 칭찬의 가면을 쓴 부담이다. 그 말값을 생각해 본 적 없이 내뱉는 “최고야!”라는 말은 참으로 허망하다. 어쩌면 상대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을 때 튀어나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최고라는 말을 들으면 자칫 “지금 너 최고니까 계속 노력해!”라고 접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 말은, 내가 아닌 남에게 할 때 참 조심해야 하는 말이다. 그냥 아예 안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의 가치와 소중함을 말할 때 오로지 그것만을 말할 수 있는 우아한 화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억척가」와 「노인과 바다 사이에 판소리 연습을 그만두었던 3년간 진심은 아니었을 테지만 잠깐 이런저런 상상들을 했었다.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해서 작가가 되거나 빵 굽는 기술을 배워 열심히 훈련해서 빵집을 하는 삶은 어떨까.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하게 삶을 일구어갈 수 있을까? 아냐, 그 또한 엄청 어렵겠지?

역시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 그렇게 타인의 직업을 흠모하고 내 것인 양 적극적으로 상상해 보다가도 국립창극단 연습에서 소리 하는 배우들을 보면 어김없이 심장이 널을 뛰었다.

고향에 돌아온 하룻강아지처럼 마음에 고삐가 풀리는 감각.

 

판소리를 왜 하느냐고 물으면 내 마음에선 촌스러운 답변만 나온다.

좋아한다.

판소리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매번 다르고 이제는 좀 알 것 같다가도 돌연 하나도 모르는 기분이 들어 짜증이 나는 게 판소리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 마음을 다잡게 하는, 늘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 판소리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고, 디디고 선 곳이며, 내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는 땅이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본 적 없지만 사실 나는 뼛속까지 판소리꾼이다.

 

오늘도 자람 -이자람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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