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각의 축제
- 이어령 지음
<생각의 축제>라는 제목을 보니 뇌가 춤을 추는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생각의 주체인 뇌가 축제를 벌인다니 생각하니 기분 좋은 상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영화 '킹스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함께 뇌가 폭죽처럼 터지는 모습도 오버랩된다.
제목에 끌려 책을 집었다. 내용은 숫자에 관한 것이다. 책표지에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이 몇개인지 생각해 본적도 없다. 유심히 살핀 적도 없다.
네이버 검색창에 미키마우스를 쳐보니 벙어리장갑으로 표현된 것부터 손가락 개수가 3개 4개 5개 모호한 것들이 많다. 생각해 보니 미키마우스는 쥐가 아닌가? 쥐는 손가락이 없다. 의인화하면서 손가락을 표현한 것이다.
숫자는 일상에서 중요하다. 숫자는 엄격한 것이며 분쟁을 낳기도 한다.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주민번호, 금액, 숫자 중에서 하나라도 잘못 기재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로 혹독함을 치르게 된다. 모호함에서 벗어나 정확하고 명확하기 위해 수치화한다.
사실 숫자를 센다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또한 지루한 일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센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숫자를 세는 것이 너무나 지루해서 잠이 들기도 한다. 양치기 소년도 양을 세는 것이 얼마나 지루했으면 거짓말을 하며 지루함을 달래고 싶었을까.
숫자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대부분 언어보다 숫자를 더 잘 기억한다. 하지만 숫자의 언어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감성의 세계 아날로그의 세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숫자 1004에 원을 붙이면 1004원이고, 1004님을 붙이면 천사님이 된다. 숫자와 언어의 조합은 새로운 상상력을 만든다.
숫자 1~9까지의 개성과 의미도 만날 수 있다.
1-숫자의 모체, only, 절대를 의미한다.
2-음양, 1.0, 유한 무한, 단수 복수, 직선곡선, 부부, 남녀, 빛과 어둠, 기수 우수, 좌우, 상대성과 관계성을 가지며 질서정연하다.
3-과거 현재 미래, 시작 중간 끝, 창조 유지 파괴, 어제오늘 내일,
4-동서남북, 춘하추동, 불 바람 흙 물(4원소), 사성론
5-별, 오감, 오미, 인의예지신, 오례, 오행, 오음계, 흙백적황청
6-벌집, 육각형
7-럭키세븐, 7음계(도레미파솔라시도), 천상천하유아독존
8-질서와 균형의 숫자, 뫼비우스의 띠 끝없는 가능성
9-완결, 결실, 신성, 마력
0-모두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빵의 세계, 무한과 없음,
한국의 아파트 층에는 4가 없고, 일본의 아파트 층에는 9가 없고, 유럽의 호텔이나 병실에는 13번이 없다. 서양인들은 럭키7을 좋아하고, 중국인들은 8을 좋아하고, 한국인들은 가보인 9를 좋아한다.
한국식 표현 중에 '좋은 게 좋은 거다'. '~한 셈 치고'라는 표현을 쓴다. 셈은 계산이지만 좋은 게 좋다는 의미로 사용해 왔다.
좋은 게 좋다"라는 그 기묘한 한국식 표현도 "셈 치고"라는 말과 이웃사촌입니다. 좋은 것이면 그만이지 꼬 치꼬치 원인을 캐고 원칙을 따져서 기분 나쁘게 만들 것이 없다는 일종의 반합리주의 선언인 "셈"이지요. 애매한 채로 남겨두기, 그냥 덮어두기의 그 "~셈 치고"의 문화는 분명히 근 대 문명에 역행하는 사고라 할 수 있어요.
근대화 산업화의 한 세기 동안 우리는 합리주의 계산법을 익히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써왔고,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계산에 밝은 민족으로 변 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삶을 살다 보면 세상에는 저울로만 달 수 없는 삶 도 있다는 걸 알게 돼요. 1초의 오차도 1밀리의 여유도 없이 합리성과 기능성만을 추구하다가 삶의 아귀가 맞지 않을 때 정신이 놓아버리는 것이 서구사회의 병이라는 것도 목격하 게 되었지요. p238
'셈치고'의 셈문화는 '비합리주의'도 '반합리주의'도 아닌 '초합리주의'! 합리주의를 넘어서는 새 문명의 모델이 되는 사상입니다.
숫자는 명확하고 정확하다. 기계적인 느낌이다. '~셈 치고'라는 표현은 기계적인 숫자에 인간미를 더한듯하다. 숫자와 언어를 결합하면 유연해진다. 마치 좌뇌와 우뇌의 결합하듯 창의적인 가능성이 열린다. 숫자와 언어의 조합으로 창조적인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의 축제 -이어령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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