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엮음
시(詩)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각과 느낌의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다. 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그보다 강한 상상력과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짧지 않다.
시인은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사물을 관찰하고 사색하고 경험한다. 함축된 언어는 그 속에 많은 것을 품고 있기에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다 '쿵'하는 느낌이 오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의 매력이다.
때로는 길게 늘어놓은 글보다 시나 명언처럼 함축적인 글이 좋을 때가 있다. 한 구절만으로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그러하다. 오랜만에 시(詩)를 펼친다. 몇 편 뽑아 올려본다.
<마음 챙김의 시> 中에서
별의 먼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얼굴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을 안다.
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
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
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랭 리아브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잘랄루딘 루미
꼭두각시 인형의 고백
만약 신이,
내가 헝겊으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내게 아주 짧은 인생을 허락한다면,
아마도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걸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내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그들의 값어치가 아니라
그들이 지닌 의미에 따라서.
나는 적게 자고 더 많이 꿈꾸리라.
나는 안다, 우리가 눈을 감을 때마다
매 순간의 빛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멈춰 있을 때 나는 걸으리라.
다른 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나는 깨어 있으리라.
다른 이들이 말할 때는 귀를 기울이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음미하리라.
신이 내게 한 조각의 생이라도 베푼다면,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옷을 간소하게 입고 태양 아래 누우리라.
내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아, 내가 심장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음 위에 내 마음속 미움들을 적어 놓을 것이다.
그리고 태양이 솟기를 기다리리라.
내 눈물로 장미에 물을 주리라.
장미 가시가 주는 상처와
꽃잎의 붉은 입맞춤을 느끼고 싶기에.
아, 내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생이 주어진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으리라.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의 여자와 남자에게
내가 그들을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지
알게 할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일 것이다.
나이 들면 사랑에 빠지는 걸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가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는 날개를 주리라.
하지만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인들에게는 일깨워 주리라.
죽음은 노년과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망각과 더불어 온다는 것을
인간들이여,
많은 것을 나는 당신들에게서 배웠다.
모든 인간이 산 정상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진정한 기쁨은
가파른 비탈을 오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또 나는 알게 되었다.
갓난아이가 그 작은 주먹으로
맨 처음 부모의 손가락을 꼭 움켜쥘 때
영원히 그 부모를 붙잡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나는 또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내려다볼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배웠다.
오직 그가 일어서는 걸 도우려고 손을 내밀 때만.
나는 아주 많은 것을 당신들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나를 여행가방 안에 집어넣으면 불행히도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니까
-조니 웰치
『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병상에서 쓴 최후의 시로 신문에 게재되었으나, 무명의 멕시코 복화술사(인형을 손에 끼고서 마치 그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사람) 조니 웰치가 자신의 조수인 꼭두각시 인형을 위해 쓴 시인 것이 밝혀졌다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라이너 쿤체
('눈 속 장미'라고 불리는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는 알프스산 수목한계선 부근에서 자라는 철쭉의 일종)
신과 나
신과 나는
작은 배에
함께 탄
두 명의 뚱보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부딪치며
웃는다.
-하피즈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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