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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썩은 땅에서 맑은 샘물 나오랴)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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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의순*에게 당부한다

爲草衣憎意洵證言


 

썩은 땅에서 맑은 샘물 나오랴

 

도잠(陶潛)*의 [감피백하시(感彼柏下詩]를 보면 평소 혜원(慧遠)*의 현론(玄論)을 얻어들었음을 알겠으며, 소식(蔬軾)*의 [적벽부(赤壁賦]를 보면 당시 늘 참료자(參蓼子) 도잠(道濳)*과 아화(雅話)한 것을 징험할 수 있다.

매양 봄바람이 불어 초목이 싹트고 범나비가 홀연히 꽃다운 풀에 가득 모여들 때면, 법승(法僧) 몇사람과 함께 술을 가지고 옛 무덤 사이를 노닐면서 무덤이 연달아 총총히 있는 것을 보고는 술 한잔 따라붓고 나서 말하였다.

 

"무덤에 묻힌 사람이여, 이 술을 마셨는가? 그대, 옛날 세상에 있을 때 조그만 이익을 다투고 시시각각으로 재물을 모으느라 눈썹을 치켜올리고 눈을 부릅뜨며, 애쓰며 허덕허덕, 오직 손에 움켜쥐려고만 했는가?

또한 이성(異性)을 그리고 고운 짝을 찾아 욕정은 불타고 음욕은 치솟아 여색에 노닐며 따스한 보금자리에서 단꿈을 꾸느라 천지간에 다른 일이 있는 줄 알지 못했는가?

가세(家勢)를 빙자하여 남을 오만스럽게 대하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에게 으르렁거리며 스스로를 높인 적은 없는가?

그대가 이 세상을 떠날 때 한꾸러미의 돈이라도 가지고 갔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지금 그대는 부부가 한무덤 속에서 능히 예전처럼 즐기고 있는가? 내가 지금 그대를 이와 같이 괴롭혔는데 그대는 능히 나를 꾸짖을 수 있는가?"

 

이렇게 수작하고 돌아오는데, 해는 뉘엿뉘엿 서산 봉우리에 걸려 있었다.

시(詩)라는 것은 뜻을 말하는 것이다. 뜻이 본디 야비하고 더러우면 억지로 맑고 고상한 말을 하여도 조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뜻이 본디 편협하고 비루하면 억지로 달통한 말을 하여도 사정(事情)에 절실하지 않게 된다.

시를 배움에 있어 그 뜻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썩은 땅에서 맑은 샘물을 걸러내려는 것 같고, 냄새나는 가죽나무에서 특이한 향기를 구하는 것과 같아서 평생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인(天人)과 성명(性命)의 이치를 알고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구별을 살펴서, 찌꺼기를 걸러 맑고 참됨이 발현되게 하면 된다.

그러면 도잠(陶潛)과 두보(杜甫) 같은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이 노력하였던가?

도잠은 정신과 형체가 서로 부리는 이치를 알았으니 더 말할 게 있겠는가? 두보는 본래 타고난 성품이 뛰어나 충성심과 후덕한 마음이 있었고 측은하게 여기는 어진 마음씨까지 지녔다. 겸하여 기개가 호매하고 강건하기도 했다.

보통사람들은 평생 마음을 닦아도 맑고 투명한 본원은 두보의 경지에 이르기 쉽지 않다. 그 아래에 속해 있는 여러 시인에게도 모두 당할 수 없는 기상과 모방할 수 없는 재사(才思)가 있다. 이는 타고 난 것이요, 더구나 배워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순: 해남 대흥사의 유명한 학승 초의대사(艸衣大師)의 법명이 의순(意恂)이다. 다산이 제자로 추사 김정희 등과도 교유가 두터웠던 당대의 명승이다.

*도잠: 지(晉)의 대문호. 자는 원량(元亮). 연명(淵明)

*혜원: 진(晉)의 선승(禪僧)으로 동림사(東林寺)에서 지냈다. 애초에는 유학을 배워 육경(六經)에 밝았고 노장학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다.

*소식: 송나라의 문호, [적벽부]의 저자로 유명하다.

*도잠: 중국 송나라의 승려. 호는 참료자로 시를 잘 짓기로 유명했고, 항주(杭州)의 지과사(智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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