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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시경강의]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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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시경강의]에 대하여

 

​答仲氏


 

 

치마의 끝을 덧대는 법에 대한 논박은 바로 첫머리부터 어긋난 해석이어서 곧 깨닫고 고쳤습니다.

 

정현은 한나라 사람입니다. 양측에 옷감을 덧대고 중앙은 비워두었는데, 당시 유행에 이러한 제도가 있었던 듯하니 배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복건(幅巾)에 첩을 만들 때 주자의 법은 분명히 한변(邊)을 향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씨(丘氏)*는 또 중앙을 비워두는 법을 사용하여 마침내 횡(橫)으로 덧댄 건(巾)을 완전히 돌려 수직으로 첩하게 하였으니, 기점은 구공(丘公)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보내주신 편지에 [제찬고]는 이전 사람도 이미 말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서건학(徐乾學)*의 [독례통고(讀禮通考)]나 진혜전(秦蕙田)*의 [오례통고(五禮通考)]를 봐도 여기에 영향을 줄 만한 언급을 찾을 수가 없는데 장차 어디서 상고하시렵니까?

 

우리나라 선유(先儒) 중에 자기 주견으로 법을 만들어 도식(圖式)을 정한 사람은 한정없지만 전혀 옛 전거가 없어 그 뜻을 세울 길이 없습니다.

[시경강의(詩經講義)]*는 그때 우리 선왕(先王: 정조)께서 내리신 칭찬이 융성하였고 우리 돌아가신 선생께서도 인정해주신 것이 매우 간절하였으므로 제 생각으로도 이런 일은 얻기 어렵겠다고 여겼는데, 지금 와서 보니 순전히 아이들 소리였습니다.

 

지금 개찬(改撰)하고 싶지만, 당시의 어평(御評)이 조목마다 달려 있어서 고칠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기력도 점점 쇠약해져 남은 수명이 길지 않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항상 서적을 한권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버린 채 깊은 방에 조용히 앉아 늙은 승려의 모습을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의 [논어] 일 때문에 역시 파계하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구씨: 구준(丘濬)을 가리키는 듯. 구준은 중국 명나라 때 사람으로 시호는 문장(文狀)이며 경산(瓊山) 선생이라 불렸다. [가례의절(家禮儀節]등의 저서가 있다.

 

*서건학: 중국 청나라 때 사람으로 벼슬은 형부상서에 이르고 [청일통지(淸一統志] [명사(明史)] 등을 편저했고 [독례통고]등의 저술이 있다.

 

*진혜전: 중국 청나라 때 사람으로 벼슬은 형부상서를 지냈다. [오례통고]등의 저술이 있다.

 

*시경강의: 다산이 1809년에 옛날 것을 덜어내고 고쳐서 12권으로 만들었다. 또1809년에는 [시경강의보(詩經講義補)] 3권을 보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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