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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1부-허례허식을 경계하라)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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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힘써야 할 세가지 일

요즈음 학문 가운데 예전과는 달리 오로지 반관(反觀)*이라 이름을 붙이고 외모를 단정히하여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을 허식이라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약삭빠르며, 방탕하게 그리고 마음을 풀어놓고 살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학문풍조를 듣고 제 세상 만난 듯 기뻐하며 결국은 예절을 잃고 제멋대로 처신하고 만다.

 

나도 전에 이런 풍조에 물들어 늙어서도 몸에 예절이 익지 않아 후회하며 고치고자 해도 어려우니 매우 한스러운 일이다.

 

접때 너희들에게서 옷깃을 여미고, 무릎 꿇고 앉으며, 단정 장중하고 엄숙한 얼굴빛을 가꾸려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내 습관이 한번 더 심해져 너희들 꼴이 된 것이라라.

 

이 점은 성인들이 먼저 외모부터 단정히해야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원리를 전혀 모르는 탓이다.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닥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動容貌, 出辭氣, 正顔色)가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이 세가지도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 하늘의 이치게 통달하고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어 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악(大惡), 이단(異端)이나 잡술(雜術)등으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세가지[三斯]를 서재(書齋)의 이름으로 삼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이 세가지는 난폭하고 거만한 것, 어긋난 것을 멀리 하고 미더움을 가까이한다는 의미다.

 

이제 너희 덕성의 발전을 소원하여 삼사재(三斯齋)라는 이름을 선물하니 당호로 삼고 삼사재기(三斯齋記)를 지어 다음에 오는 인편에 보내라.

 

나 또한 너희를 위해 기(記)를 하나 짓겠다. 너희들이 또 하나 할 일은 이 세가지에 대한 잠언(箴言)을 짓되 삼사잠(三斯箴)이라 이름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정부자(程夫子)의 [사물잠(四勿箴)]*의 아름다운 뜻을 계승하는 일과 같으니,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큰 복이 될 것이다. 간절히 바란다.

반관: 송나라 학자 소강절(邵康節)이 주장한 객관적 입장의 학문 태도.

사물잠: 송나라 때 학자 정자(程子)가 지은 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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