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6년

<책속글귀>세종의 서재 中(by 주부독서연구소)

728x90

 

한글 창제 원리: '우주원리를 담은 문자'
<훈민정음(해례본)>은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을까?
 
이기불이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다(理旣不二)라는 말은 그 이치에 있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한가지라는 뜻으로, 훈민정음 창제 철학을 가리킨다.

세종의 한글 디자인 철학을 담은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인간의 성품(性)과 천지자연의 원리(理),
즉 성리학 원리에 따라 훈민정음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당시 최만리를 비롯한 대다수의 유교 지식인을 의식한 말이다.

다른 하나는 우주원리,
즉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세종과 정인지 등의 자부심이다.
<훈민정음><제자해>에서 정인지 등은 "하늘과 땅의 이치는 음양과 오행일 뿐(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已"이라고 말한다. 이 점에서 훈민정음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우주원리를 담은 문자'라고 극찬되기도 하는데(이어령). 정인지등은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으로 그것을 정당화한다.
 

첫째, 우주를 관통하는 유일한 원리는 음양오행으로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존재치고 이 원리를 벗어난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늘과 땅의 이치는 하나의 음양과 오행일 뿐'이라는, 당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여시하는 대전제를 끌어들여 논리 전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정인지 등은 '대체 그 음양오행이란 게 뭐냐?'는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이.<주역 周易>의 지식을 들어 태극과 음양의 원리를 설명한다.
'곤괘와 복괘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고요한 후에 음양이 된다.' (坤復之間爲太極 而動靜之後爲陰陽)라고 한 문장이 그것이다.
매우 난해한 문장에 대해선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가장 음이 강한 곤괘(10월)을 지나 양이 처음 시작되는 복괘(11월) 사이가 태극(無極)이라는 것. 여기 무극점에서의 최초의 움직임과 멈춤(動靜)이 있은 연후에 비로소 음과 양이 존재하게 된다는 성리학의 우주론이다.

 
둘째,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목소리 역시 음양오행의 원리를 담고 있다는 논리다.
하늘과 땅의 원리가 되는 태극과 음양을 설명한 다음, 정인지 등은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음양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로 나아갔다.
"무릇 생명을 지난 무리로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자. 음양을 두고 어디로 가랴(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 捨陰陽而荷之)"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논리의 귀결로 생명 있는 무리 중 하나인 사람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 역시 음양의 이치를 담을 수밖에 없다.(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고 주장한다. 이치가 이러한데도 사람들이 엉뚱한 곳에서 억지로, 꾀로 일삼고 힘으로 찾는 것은 어리석다고 까지 말한다. 여기까지 오면 그 다음부터는 논리적으로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셋째, 훈민정음은 인간의 목소리가 나는 곳. 즉 음성 구조를 본떠서 만들었으니 우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 즉 음양오행의 이치에 부합한다는 논법이다.
훈민정음은 "천지음양의 이치를 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因其聲音而極其理)"이며, 따라서 "하늘과 땅과 귀신도 다 함께 호응할 정도로 훈민정음의 작용은 자연스럽다(天地鬼神同其用)"라는 문장이 그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 목소리와 심지어 귀신까지도, 처음부터 하나의 이치에 따라 (理旣不二) 움직이는 것이니 모두 다 호응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세종의 서재 中    -박현모 외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