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약자가 범죄에 손을 담그지 않는 것은 양심에 찔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착각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엄밀한 의미의 양심 따위는 없다.
양심은 사회의 규정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 간격이 벌어질 때 선명히 드러나는데,
그들에게는 이러한 간격이 결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칸트는 다음과 같은 지당한 말을 했다.
"나쁜 짓을 하려 해도 할 수조차 없게 된 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임마누엘 칸트[아름다움과 숭고함의 감정에 관한 고찰]
니체의 다음 말도 같은 뜻이다.
"착한 사람들은 모두 약하다.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착한 살람인 것이다."
-권력에의 의지
한 번 더 확인해두자.
착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오직 사회로부터 말살당하고 싶지 않아서, 즉 악행을 저지를 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 저항하며 홀로 살아갈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양심에 찔려서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뻔뻔하게도 자신을 미화하고 싶은 것이다.
착한 사람의 가장 큰 죄는 둔감한 것, 즉 스스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고지식한 정신이란 스스로에게 '왜 오늘도 회사에 가는가. 왜 오늘도 집에 돌아가는가?'라고 묻기를 멈춘 사람이다. 왜 그는 묻지 않는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물으면 자신이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면 사회에서 살아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그 방향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돌리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이리하여 고지식한 정신은 온갖 자기 기만을 다하며 자신의 욕망을, 소망을, 희망을 보려 하지 않는다.
주의를 돌리는 일에 정력을 쏟아부으며 인생을 살아가려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착한 사람은 남에게 반감을 살 만한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이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으므로 착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오, 이 착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은 결코 진리를 말하지 않는다.
이런 식을 선한 것은 일종의 병이다. 이 착한 사람들, 그들은 양보하고 참고 따른다. 그들의 마음은 남을 따라 말하고, 그들의 본심은 순정적이다. 그러나 순종하는 자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3부 [낡은 서판과 새로운 서판에 대하여]
착한 사람은 자신의 본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자신의 본심에 귀를 기울이면, 거기에는 타인을 상처 입히고 자신도 상처받는 불온한 언어가 꿈틀거리고 있으며, 이로써 자신의 평온무사함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자신은 약하므로 본심의 목을 졸라 말살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평온무사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착한 사람은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자신은 약하므로 진실을 발설해서 신변의 위협에 노출될 여유가 없다. 자신은 약하므로 스스로를 지키기에도 벅차다. 이런 논리를 높이 쳐들고, 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차며, 게다가 정색하며 나오는 것이 착한 사람이다.
-니체의 인간학 中 -니카지마 요시미치 저
'< 독서노트,독서HAZA365> > 독서노트-201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속글귀>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0) | 2016.12.19 |
---|---|
<책속글귀>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 中 (0) | 2016.12.19 |
<책속글귀>니체의 인간학 中 (0) | 2016.12.16 |
<책속글귀>세종의 서재 中(by 주부독서연구소) (0) | 2016.12.14 |
<책속글귀>세종의 서재 中(by 주부독서연구소) (0) | 2016.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