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개론
개론慨論이란 인생의 여러 가지 욕구欲求와 모든 사물의 상태를 두루 살펴 그 고통이 되는 일을 경계하고, 복이 되는 일을 권하여 힘쓰게 해서 처세와 수양의 모든 문제를 대체적으로 논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1
듣는 귀에는 항상 거슬리는 말이 있게 마련이고, 마음에는 항상 마음을 거스르는 일이 있게 마련인데, 이것이 곧 덕을 쌓고 수행하는 데 숫돌砥石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만약 듣는 말마다 귀를 즐겁게 하고, 하는 일마다 마음을 유쾌하게 하면 이것은 인생을 독약 속에 빠뜨리는 것이다.
2
밤이 깊고 인적이 없는 고요한 곳에 홀로 앉아 마음을 살피면 비로소 망령된 생각은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 홀로 드러남을 알게 되어 날마다 그 안에서 은밀한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나 생각을 숨기기 어려움을 깨달으면 또한 그 안에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은혜 속에도 이로 말미암아 해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마음이 한껏 기쁠 때에 얼른 돌아서라.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마음에 어긋나는 경우라도 절대로 성공을 얻기까지는 하던 일에서 손을 떼지 말라.
4
살아서는 관대한 마음을 가져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불평하는 탄식이 없게 하라. 죽어서는 베푼 은혜가 오래도록 남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잊지 않도록 하라.
5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방이 먼저 지나가게 하고, 맛이 좋은 음식은 10분의 3을 덜어 남에게 주어 먹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6
세상을 덮는 듯한 공로도 '자랑스러울 긍矜'자 한 글자를 이기지 못하며, 하늘에 미치는 듯한 죄과도 '고칠 개改'자 한 글자를 당하지 못한다.
7
하는 일마다 여유로운 생각으로 임한다면 곧 조물주도 나를 시기하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하는 일과 공적에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적인 변란이 생기거나 반드시 외부의 우환을 초래할 것이다.
8
남의 잘못을 나무랄 때에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고, 남에게 선을 가르칠 때에는 지나치게 정도를 높이지 말고 마땅히 그것을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9
굼벵이는 아주 더러우나 매미로 변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개똥벌레로 변해 여름 달 아래 광채를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으로부터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두움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0
스스로 자랑하는 것과 오만은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객기를 굴복시킨 후에야 정기正氣가 자란다. 정욕과 의식은 다 망령된 마음에 속하니, 망령된 마음을 없애 버린 후에야 진심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