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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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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제3부
봉공(奉公) 6조​

 


5. 공물 바치기(貢納)


쌀과 무명베로 내는 전세(田稅)는 나라 재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넉넉한 백성으로부터 먼저 징수하여 아전이 횡령하는 것을 없게 해야만 상납 기한을 맞출 수 있다.




오늘날 나라의 재정이 날로 줄어들어 백관이 봉록과, 중앙관청에 물품을 공급한 상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쌀을 제대로 결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도 넉넉한 백성의기름진 토지는 모두 아전의 전대 속으로 들어가고 조운선에 세곡을 실어 보내는 것은 해마다 기한을 어겨 체포되어 문초당하고 파면되어 갈리는 수령이 줄줄이 뒤를 잇고 있으나 아직도 개닫지를 못하고 있으니 애석한 일이다.

호태초(胡太初)는 말하였다.
"평소에 부유하고 힘센 자들과 밀착되어 있는 고을 아전들은 해마다 이들에게는 세금을 내지 않게 하고 단지 착하고 어진 가난한 백성들에게만 기한에 앞서 재촉하고 핍밥하여 세금을 내도록 한다."

중국 역시 그러하니 이는 천하의 공통된 폐단이다.

[한암쇄화]는 세미(稅米)에 관한 조항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마땅히 호조에 납부해야 할 것이 4천 석이라면 자기 고을에서 백성으로부터 징수한 것은 1만 석도 훨씬 넘는다. 아침에 명령을 내려 저녁에 거둬들일 수 있는 넉넉한 집의 윤기 있는 입쌀은 아전이 모두 횡령한다.
토지대장에 등록하지 않은 은결(隱結)로 거두고, 혹은 궁결(宮結)이라 하여 수세장부(收稅帳簿)에서 빼버리고, 혹은 저가(邸價)로 거두고, 혹은 거짓 재결(災結)로 수세장부에서 빼버리고, 혹은 돈으로 받고, 혹은 쌀로 받는다. 이미 초가을부터 구름이 몰려가듯이 냇물이 흘러가듯이 끝내러벼 속여 훔쳐 먹은 액수는 모두 아전의 전대 속으로 들어간다.


이러고 나서 나머지 토지에서 세미를 모아 나라에 내는 4천 석을 채운다. 무릇 나라에 내는 세금을 온 집안이 몰사한 집, 유리걸식을 떠나 없어진 집, 홀아비, 과부, 아버지가 죽은 아들, 아들 없는 아버지, 노인, 병자, 황폐화하여 경작을 쉬는 논밭과 못스게 된 논, 쑥대가 우거지고 자갈이 뒹구는 땅 등에서 충당하고자 하니 살을 벗기고 뼈를 긁어내도 어절 도리가 없는 무리일 따름이다.

아전은 횡령한 쌀을 높은 돛배에 싣고 남으로는 제주에 가서 장사하고 북으로는 함흥에 가서 거래한다. 아전은 채색한 북을 둥둥 거리며 저 구름과 물이 맞닿는 바다 위에 더 있는데, 수령은 바야흐로 홀아비와 과부, 병든 자들을 잡아다가 독촉하니 매질이 뜰에 가득하고 칼을 씌워 가둔 자가 옥에 넘친다.

사람을 뽑아 검독(檢督)이라고 칭하고서 사방으로 풀어 보내면, 그들은 친척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징수하여 엉뚱한 해를 입힌다. 송아지와 돼지를 빼앗고, 솥을 가져가지 울부짖는 백성은 길에 넘어지고 쓰러져 곡성이 하늘에 사무친다. 순조 9년(1809)과 14년에 남쪽지방에 큰 흉년이 들었는데, 나는 바닷가의 마을에 있어서 이러한 일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 이로써 보건대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에게 귀중한 것은 '밝을 명(明)'한 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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