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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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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2부 율기(律己) 6
5. 씀씀이를 절약함(節用)



의복과 음식은 검소한 것을 법도로 삼아야 한다. 조금만 법도를 넘어도 씀씀이에 절도가 없어져 버린다.



의복은 성글고 검소한 것을 입도록 힘써야 한다.
아침저녁의 식사는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김치 한 접시, 장 한 종지 외에 네 접시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네 접시란 구운 고기 한 접시, 마른 고기 한 접시, 절인 나물 한 접시, 젓갈 한 접시이니, 이보다 더해서는 안 된다.

요즈음 수령들은 온갖 일에는 다 체모를 잃으면서도, 오직 음식만큼은 망령되이 스스로를 존대하여 옛법을 다른다고 한다. 크고 작은 두 상에 홍백(紅白)의 밥을 함께 차려놓고, 안채와 바깥사랑의 두 군데 반찬에는 수륙(水陸)의 진미를 갖추어놓고서 수령의 체모란 마땅히 이래야 하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먹고 남은 음식은 모두 종과 기녀의 차지가 된다. 내 직분을 제대로 못하면 나쁜 음식일지라도 오히려 벼슬자리만 차지하고 녹만 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일에는 힘쓰지 않고 단지 음식만 탐을 내니 어찌 가소롭지 않은가?

 

함부로 낭비하면 재정이 딸리게 되고, 재정이 딸리면 백성을 착취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종과 기생만 챙기고 백성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백성을 착취해 기생을 살찌우니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또 처음에 왔을 때에는 검소하게 하다가 몇 달 지나지 않아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자가 많다. 그러면 아전과 백성들이 이 사실을 서로 전하면서 수령의 한결같지 않음을 비웃을 것이다. 수령인들 창피하지 않겠는가?

진서산(眞西山)은 나물을 논하면서 "백성에게는 하루라도 굶주린 기색이 있어서는 안되고, 사대부는 하루라도 나물맛을 몰라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정선은 이렇게 말하였다. "백성의 얼굴빛이 나물색을 띠게 되는 것은 바로 사대부가 나물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말단직에서 공경대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벼슬아치들이 나물 뿌리를 씹을 줄 알면, 자기가 마땅히 해야 본분도 반드시 알 것이니, 무엇 때문에 백성들이 나물빛을 띨까 근심하겠는가?"

유정원(柳正源)은 여러 고을의 수령을 역임하였는데,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갈 때는 언제나 채찍 하나만 가지고 길을 나섰고, 의복이나 가구는 조금도 불어나지 않았다. 자인(慈仁)에서 교체되어 집에 돌아와 있는데, 관아에 남아 있던 그의 아들이 헌 농짝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속이 비면 쉽게 찌그러지지 않을까 염려하여 농짝 속에 짚을 채워 넣었다. 고을 살이를 그만두고 왔기 때문에 마을 아낙네들이 몰려와 다투어 농짝 속을 보려고 하였는데, 짚단임을 알고는 모두 한바탕 크게 웃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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