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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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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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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기(律己) 6


4. 청탁을 물리침[屛客]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즉시 영접하여 후하게 대접해 보내는 게 마땅하다.

 

선인(先人)께서 일찍이 말씀하셨다.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은 잘 대접하기가 정말 어렵다. 진실로 청렴한 선비와 고상한 벗은 비록 지극히 가난하고 궁할지라도 친구나 친척을 찾아 관부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나를 찾아오는 자는 대개 조심성도 없고 어리석거나 구차하고 비루한 사람들이니, 혹은 그 얼굴이 밉살스럽고 이야기조차 흥미가 없으며, 혹은 무리한 일을 청탁하고 요구가 끝이 없으며, 혹은 닳아빠진 신발을 신고 남루한 옷차림에 이가 득실거리며, 혹은 내가 일찍이 액운을 만나 궁했을 때에는 전혀 돌보거나 불쌍하게 생각지도 않던 자들이다. 형세가 좋아지니까 아첨하며 붙는 그 정상이 밉살스러워서 내가 온화하고 흡족히 대접하기가 극히 어려운 것이다."

대개 사람을 접대하는 것은 글을 짓는 것과 같다. 좋은 제목을 가지고 잘 짓는 것은 잘한다고 일컬을 게 없으며, 반드시 어려운 제목으로 묵묵히 생각하여 남달리 문장에 운율을 주고, 번쩍 빛이 나게 하며, 쨍그렁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고수(高手)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마땅히 측은히 여겨 사랑해주고, 반갑게 영접하며, 얼굴빛도 유쾌하게 하며, 웃음과 말씨도 화평하고 즐겁게 하고, 따뜻한 방에 재우고 풍성하게 음식을 먹이고 새 옷을 주되, 돌아갈 때에는 그의 돈주머니도 넉넉히 채워주어 낭패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엣날에 참판 이기양(李基讓)이 의주부윤(義州府尹)으로 있을 때 이런 사람들을 잘 대우하여 달포도 못되어 칭찬하는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였다. 그가 화를 입자 눈물짓는 자가 유독 많았으니 이런 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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