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

728x90

 


내가 의사가 아닌 환자의 삶을 살게 되면서 내 가족은 갑자기 부산해졌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약을 살 수 있는 계정을 만들고, 침대 난간을 주문하고, 타는 듯한 요통을 덜어줄 인체 공학 매트리스를 샀다. 며칠 전만 해도 내년엔 수입이 여섯 배 늘겠구나 예상하면서 세웠던 우리의 재정 계획이 이젠 위태로워 보였고, 거기에 더해 내가 죽은 뒤에도 루시를 지켜주려면 이런저런 새로운 재정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이렇게 계획을 수정하는 건 병에 지는 거라고, 내가 어떻게든 병을 이겨내고 나을 거라고 말했다. 환자의 가족에게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해줄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과 내일을 거의 구분할 수 없게 되자,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어에서 우리는 시간(time)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지금 시각(time)은 두 시 사십오 분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나는 힘든 시간(time),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처럼 느껴진다. 나는 무기력해졌고, 더 너그러워진 것 같다.

수술대 위에 환자에 집중하던 외과의 시절에 시곗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의미 없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료 훈련은 철저하게 미래 지향적이며, 나중의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유혹을 참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5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5년 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점심 식사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