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민심서>

::목민심서[6부]호전(戶典) 6조-4. 호적(互籍)

728x90


​​
6
호전(戶典) 6

4. 호적(互籍)

 

 


호적이 문란해져 전혀 기강이 없으니 큰 역량을 갖추지 않고서는 균평하게 할 수 없다.




수십년 이래 수령 된 자가 전혀 일을 돌보지 않아 아전의 횡포와 농간이 끝간 데를 모르게 되었는데, 호적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다.

100호가 있는 마을에 초가지붕의 누런 빛이 선명하고 굴뚝에서 푸른 연기가 오르면, 이는 이른바 부촌(富村)이다.

호적을 다시 작성하는 해마다 적리(籍吏)가 공문을 띄워 10호를 증가시키겠다고 위협한다. 그러면 이 부촌의 우두머리 호민(豪民)이 이웃들을 끌어모아 느릅나무 그늘에서 의논하기를, "이 10호라는 것이 형편상 면하기가 어렵다.

민고(民庫)와 사창(社創)의 요역(徭役)이 번거로울 것이니, 10호의 1년 부담이 100낭이요, 3년의 부담은 300냥이 될 것이다. 그 3분의 1을 가지고서 이 일을 막아버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하면, 모두들 "그렇고 말고, 우리 마을의 일은 오직 자네만 믿겠네. 우리가 그 돈을 거두어줄 터이니 자네가 가서 성사시키게"하고, 마을 사람들은 돈 100냥을 모아준다.

그 호민은 그중의 20냥은 몰래 제 주머니에 넣고, 80냔은 적리에게 뇌물로 주어 그 일을 그만 두게 한다. 그러고는 그 호민이 적리에게 "내가 자네와 잘 지내는 사이인데, 어찌 가구 수를 늘리는 것만 막겠는가? 또한 줄일 수도 있을 터이니, 특별히 5호만 줄여 우리 마을에 혜택을 베풀어주게"라고 말하면, 적리는 "금년에는 이 일이 어렵지만 자네가 말하는데 내 어찌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 호민이 제 마을로 돌아가서는 늙은이 젋은이를 모아놓고 "5호를 줄이는 일은 내가 이미 약속을 받았으니, 속히 50냥을 만들어내라"고 하면, 모두들 "거 참 잘되었다. 자네의 변통이 아니었다면 어찌 가구 수를 줄일 수 있겠는가"라고 한다.

그래서 마침내 5호를 줄여서 다른 다섯 마을에 한 가구씩 할당한다. 다섯 마을은 각기 크게 놀라, "동네가 망했구나. 예로부터 우리 동네는 세 가구가 서로 의지하여 한 가구의 역(役)을 부담해왔어도 피가 마를 지경이었는데, 여기에 1호가 더 늘어난다면 누가 감당하겠는가?" 한다.

그러고는 송아지를 팔고 솥을 팔아 모은 돈 7냥을 가지고 바삐 호적청(互籍廳)에 가서, "엎드려 청하건대 후한 덕으로 이 슬픈 고충을 살펴주소서. 예로부터 우리 동네는 3호가 서로 의지하며 1호의 역을 지는 것도 피가 마를 지경이었는데, 여기에 1호가 더 늘어난다면 그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이 보잘것없는 돈이나마 애오라지 조그마한 정성을 표하는 것입니다."라고 아뢴다.

적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허허 크게 웃으며 "1호를 면제하려면 으레 10냥은 바쳐야 하는데, 너희의 잔약함을 불쌍히 여겨 특별히 너희의 청을 들어주겠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1호를 또 다른 마을에 갖다붙이면, 그 마을에서도 바삐 달려와 아뢰기를 위의 방법과 같이 한다.

이렇게 되니 부촌에서는 돈 1,200냥을 바치고, 그 다음 촌에서는 7,80냥을 바치며, 차례로 내려가 비록 3호가 있는 마을일지라도 7,8냥을 바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면 그 부촌에서 감해진 호수가 모래처럼 쌓이고 쑥대처럼 굴러다니며 구름과 안개처럼 변해서 요역을 지지 않는 곳에 붙게 되니,

첫째는 읍성(邑城)이요, 둘째는 향교가 있는 마을이며, 셋째는 군진(軍鎭)이 있는 마을이요, 넷째는 역(驛)이 있는 마을이며, 다섯째는 참(站)이 있는 마을이요, 여섯째는 절 입구의 마을이다.

나라 안이 모든 고을이 이방을 제일 좋은 자리로 여기지만, 식년(式年)이 되면 호적을 처리하는 아전을 제일로 치니, 호적을 처리하는 아전은 큰 고을에는 넉넉히 1만 냥을 먹고, 작은 고을이라도 3천 냥을 넘게 먹는다.

그 이익이 이와 같으니, 간사하고 교활한 아전은 호적을 다시 작성하는 이전 해 겨울부터 가는 베와 도타운 비단, 진귀한 어포와 큰 전복 따위를 구하여 서울로 싣고 가 선을 대어 단단히 부탁을 한다. 윗바람이 사나우니 아래의 불길 또한 뜨겁다.

7,800냥을 안채에도 바치고 책방(冊房)에도 바치며, 중방(中房)에도 바치고 수령이 좋아하는 기생에게도 바치며 미리 그 겨울에 임명장을 얻어내려고 머리가 터지도록 다툰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