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지음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이야기
자기 삶의 '빛나는 별'로
영원한 우주적 존재로!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뒤표지글을 다시 보게 된다. 마지막 구절이 와닿는다.
나는 2017년에 정년을 7년 앞두고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큰 결정을 했나요?" 나는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주 분명하다. '별처럼 산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내가 나로 빛난다' 는 뜻이다.
내가 교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놀랍고 슬픈일은 청춘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이 없는 삶은 빛날 수 없다. 원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이어 책속에서 만난 글귀들 다시 들여다 본다. 만 가지 산도 각자의 색을 지니고 있다. 이는 비교하지 말라는 뜻일게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색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표지글에서 만날 수 있듯이 자전적 철학이야기다. 저자의 스토리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어 더 와닿는다. 그러면서 '이런게 인문학이지'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사람과 삶을 벗어날 수 없다. 책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 사람만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각양각색 다른 이유도 바탕이 달라서다. '사람의 바탕'이라는 글에 다양한 생각이 오간다. 그 사람만의 바탕은 하루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와 생각과 희노애락이 응축되어 있다. 당연히 사람마다 바탕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창의력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발휘되는것이다. 내적으로 단련된 어떤 사람의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지 해 보려고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또한 그 사람의 응축된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창의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며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발휘되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죽음에 대해 타자의 죽음은 절대 자신의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살면서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누구나 죽지만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까? 가장 공감하기 힘든 것이 죽음이란 생각도 든다.
여기 있는 자기를 아직 알려지지 않는 저곳으로 이동시키는 것. 이것이 작은 승리이며 우주적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자연세계와 문명세계가 있다. (문文, 이理) 자연이 하는 일과 인간이 하는 일을 다 알면 가장 높다. 문 文은 자연이 하는 일이다. 철학, 사학, 문학, 정치, 경제, 법률, 신문방송 인간이 하는일이다. 이 理는 생물학, 물리학, 지구학, 천문학, 수학, 화학, 자연이 하는 일이다.
삶에는 끝이 있지만 지식에는 끝이 없다. 지식은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설명해 놓은 것일 뿐이다. 지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세계를 믿지 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이론이 현실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안다. 정해진 이론을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는다. '개념이라는 것은 실제 세계의 손님일 뿐'
'성공의 기억'
성공은 두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한번 더 큰 성취를 이루고 싶다면 우선 그 짜릿한 기억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조건 앞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가이다. 성공의 기억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책속으로
장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얘기다. 수릉陵)에 사는 젊은 이가 국경을 넘어 조(趙)나라의 서울 한단(邯鄲)으로 걸음걸이를 배우러 갔다. 그 시절엔 그곳의 걸음걸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의 고유한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나중에는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하기로 살면, 당당하게 서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은 정작 기는 삶을 살게 된다.
지적인 상승과 확장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고 발버둥치는 일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을 장자가 피력하고난 후, 바로 이어서 한 말은 그래서 더욱 울림이 크다.
참된 사람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有眞人而後有眞知)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론이나 지식이나 관념이나 이념의 수행자로 제한될 수 없다. 그것들의 생산자이거나 지배자일 때만 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채우는 진실은 차라리 '모르는 곳'으로 덤벼드는 무모함에 있다. 탐험이고 모험이고 발버둥이고 몸부림이다. 이것을 통괄하여 우리는 '용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문명은 사람이 의도적으로 발휘하는 용기의 소산일 뿐이다.
우주를 겨드랑이에 낀 채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들만 모아본다. 상식인데 상식처럼 들리 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있다가 없어진다. 빛도 사라진다. 지 구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바다도 다른 것들이 흘러 들어가 채워지 며 썩다가 언젠가는 육지로 변할 것이다. 바다도 사라지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졌듯이 호모사피엔스도 사라진다.
지금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유형의 동물이 언젠가는 멸종된 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도 죽는다. 길어야 100년 안 팎으로 살다 죽는다. 장례식에 가서 10분 이상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은 절대 10명을 크게 넘지 않을 것이다. 장례식에 간 사람들은 대부분 예를 올리는 1~2분 정도만 지나면 둘러앉아 자신들의 잡다 한 일상 얘기를 나누다 간다. 타자의 죽음은 절대 자신의 경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자기 죽음마저도 자신의 경험이 아니다. 죽는 순간을 경험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잊혀진다. 나도 잊혀진다. 모든 관계도 잊혀진다. 모든 것이 있다가 없어지듯이, 모든 관계에도 끝이 있다. 아무리 부자라도 빈손으로 죽는다. 남겨놓고 가는 돈이 어찌 될지 그는 모른다. 어떤 권력자도 혼자 죽는다. 어떤 학자도 빈 머리로 죽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미모도 성형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결국 쭈글쭈글해지는 시간을 맞고, 흙색으로 변하다가 일그러지며 죽는다. 영생이라 해도 언젠가는 사라질 지구의 시간 안에서 영생일 뿐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모든 명예는 한순간이다. 모든 권력도 한순간이다. 모든 부도 한순간이 다. 순간 순간도 되지 않는다. 순간이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순간이다. 허무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허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다 허무하다.
이제 나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의 일을 열심히 하면 바로 여기서 저 세상이 구현된다는 것을. 저 세상은 따로 분리되 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짜 자유인은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 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관조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란 것을.
원수를 사랑하는 일이 왜 나를 살리는 일인지를 용서하고 용서받는 일이 왜 인간의 편협성을 벗어나는 우주적인 사건인지를 시내의 호텔과 나무 위의 새 둥지가 그리 크게 다른 것이 아님을. 협력이라는 것은 나를 줄이고 반대하는 쪽을 수용하는 일이란 것을. 부엌 흙바닥에 쭈그려 앉아 석양빛을 모로 받으며 어머니를 위해 아궁이 불을 살리던 일이 바로 성불(成佛)의 길이었음을.
책에는 저자의 스토리와 고전이야기와 저자의 생각의 깊이가 골고루 담겨있다. 좋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인문학책을 만났다. 장자에 관한 책을 다시 들쳐봐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최진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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