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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마음속 글귀-2018년

끄적끄적-옆집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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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영감님

옆집 영감님의 체격은 작고 왜소하다.
작은 체구에 비해 성격은 불처럼 급하고
말투는 벌처럼 쏘아붙인다.

영감님을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가 말을 붙이기는 쉽지 않다.
한 번씩 투박하고 주름진 새까만 얼굴에 미소를 띤다.
고단함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천금같은 미소다.

영감님은 눈을 뜨면 담배와 커피를 연거푸 마셔댄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힘이 날법도 하다.

강산이 2번이나 바뀌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같은 일터에서 일한다.
그런 영감님은 사실 땅부자에 건물주다.


당신 마누라님과 자식들은 편안하게 해외여행도 다니신단다.
영감님은 여행이 통 적성에 맞지 않으신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일만 해오던 터라 일하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했던 것일까?

쉬엄쉬엄해도 될법한데 쉬면 몸이 더 아프다며 몸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다.
80대 후반을 향해 달리는 영감님은 베스트 드리이버다.
운전도 하며 몸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날 아침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일터에 주차를 한다.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인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하루를 시작하기에 분주하다.
영감님은 눈을 감고 그대로 꼼짝 않는다.

영감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동료가 말을 건넨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영감님 먼저 나갑니다."
"뒤에 나오세요"
영감님은 미동도 없다.

뭔가 심상치 않다.
다가가 몸을 흔들어본다.
팔이 힘없이 축 늘어진다.
그렇게 영감님은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셨다.

-by 독(讀)한 여자 장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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