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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빵굽는 타자기 -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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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자가용은 너무 번쩍거리고 최신식이고 값비싼 것이어서,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는지를 보고 감탄하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욕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짓밟힌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생존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동정했기 때문에, 자가용을 타면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호화로운 승용차를 타는 나 자신도 부끄러웠지만 그런 것을 허용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부끄러웠다.

 

 



파리는 여전히 파리였지만, 나는 이제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의 내가 아니었다. 책 속에 파묻혀 지낸 2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내 머릿속으로 솓아져 들어왔고, 인생을 바꾸어 놓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 혈액의 성분까지 달라졌다. 문학과 철학에서 나에게 아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거의 다 그 2년 사이에 나와 첫 대면을 했다. 이제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 많은 책을 어떻게 다 읽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벌컥벌컥 술잔을 비우듯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어 냈고, 책의 나라와 대륙을 모조리 섭렵했으며, 아무리 읽어도 늘 책에 허기져 있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작가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러시아 소설가들, 초현실주의 시인들, 나는 두뇌에 불이라도 붙은 듯, 책을 읽지 않으면 목숨이 꺼지기라도 할 듯,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한 작품은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고, 하나의 사상은 다른 사상으로 이어졌고, 세상사에 대한 생각은 다달이 바뀌었다.

​빵굽는 타자기   -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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