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한탄에만 끝없이 빠져드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 그런 억울함, 분개, 좌절감, 낙망에 빠져 글 쓰는 의욕 자체를 잃고 글 쓰는 일까지 게을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점은 꼭 강조하고 싶다. 글 쓰기가 자꾸 실패해서 괴로울 때 사람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작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러저러한 글을 써야 팔릴 텐데, 나는 그러저러한 글을 못 쓰니까 안 될 거야, 하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하는 것이다. 혹은 글을 쓰는 재능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나는 결국 바로 그 재능이 없는 인간이며 그래서 망할 거라고 탄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 글을 읽을 누군가가 '아니다. 그러저러한 글만 팔리는 요즘 세태가 잘못된 것이다'라든가 '아니다. 당신도 재능이 있고 팔리는 글을 쓴다'라고 답한다면 자신의 말을 부정해주고 위로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이렇게 돌아가면 참 골치 아파진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여기에 허구한 날 맞춰주기란 피곤하다. 누군가 '내 글은 내가 봐도 재미없어'라는 말에, 장단 아닌 장단을 맞춰주면서 '아니야, 그래도 네 글이 재밌어'라고 부정의 언어로 그 사람을 긍정해 주는 것을 세 차례 이상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행동은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위로가 몇 마디 말로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은 아니며, 위로하는 게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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