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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 문장을 이루는 법)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당부한다 爲暘德人邊知意贈言 ​ 문장을 이루는 법 변지의(邊知意)군이 천리의 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다. 그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더니 문장(文章)에 있다고 하였다. 그날 집 아이 학유(學游)가 나무를 심었다. 심어놓은 나무를 가리키면서 비유하여 설명해주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에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입사귀가 돋아나면 그때에야 꽃도 피어난다.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 독실하게 행하..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부, 몸의 굶주림보다 기의 굶주림을 조심해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4​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기어자흥*에게 당부한다 爲騎魚慈弘贈言 몸의 굶주림보다 기의 굶주림을 조심해야 ​ 나는 뜻이 큰 선비는 도(道)를 걱정해야지 가난을 걱정해서는 안된다고 들었네. 대체(大體)를 기르는 것을 도라고 말하고, 소체(小體)도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고 말하네. 맹자는 자신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하면서, 여기서의 기(氣)란 의(義)와 도를 배합한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정신이 굶주린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하였네. 이런 기의 굶주림은 몸의 굶주림보다 더 근심할 일이네. 이러한 이유로 도에 대한 근심을 지녀야지, 가난에만 근심을 두어서는 안되네. 어떤 사람의 예를 들어보세. 그가 일생 동안 아름다운 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거대한..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그리운 옛 친구들)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둘째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上仲氏 그리운 옛 친구들 ​ 옛날 장기(長鬐)에 있을 때 남고(南皐)*께서 시 한수를 보내왔었습니다. 그 격정어린 음조가 더없이 비장했는데, 몇년 뒤 소천(笤川)에 이르러 제 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뒤 여러 차례 시와 글을 보내왔기에 역시 수답(酬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백(仁伯)*은 전에 남산(南山)에 꽃버들 만발하던 때 성재(聖在)등과 술을 마시고 매우 취하여 우리 형제를 찾으면서 방성대곡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소식을 주고받을 길이 영영 끊겼습니다. -수태(受台:이익운-지은이)*께서는 주신(周臣:이유수-지은이)*을 만나 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셨답니.. 더보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아욱에 대하여)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아욱에 대하여 현호(玄扈)*의 [농서(農書)] * 주(註)에 "옛사람이 아욱[葵]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이슬이 마른 때를 기다렸기 때문에 그 이름을 '노규(露葵)'라 한다"라고 하였다. '뜯는다[掐]'를 '채취하다[探]'로 고쳤으니 본래의 뜻과는 어긋난 것 같다. [이아(爾雅)]*에는 "종규(䈺葵)는 번로(繁露)다" (그 잎이 이슬을 가장 잘 받을 수 있으므로 지어진 이름이다-지은이)라 하였으니, 이른바'노규'란 본래 '종규'를 말하는 것인데 시인들이 혼용하고 있을 뿐이다. -왕유(王維)*의 시에는 "시인이 사물을 읊을 때마다 어떻게 다 물으랴. 노포(老圃)가 조금 꺼리는 것은 바로 노규라네"라고 하였다. 이는 아욱의 미칭(美稱)이요 이..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내가 유배지에서 죽으면)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내가 유배지에서 죽으면 ​ 나는 요즘 신경통과 중풍이 심하여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다. 조심조심 건강에 유의하여 몸에 해가 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살 수는 있겠지. 그러나 세상일이란 미리 정해두는 게 제일 나으니, 오늘은 내가 죽은 후의 일에 관해서 몇마디 하겠다. 옛날 예(禮)로 싸움터에 나가서 죽은 사람은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선산에도 묻지 않았는데, 이는 그 몸을 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순자(荀子)]*에는 죄인에게만 해당하는 상례(喪禮)가 따로 있는데, 욕됨을 드러내 경계하고자 한 듯하다. 내가 만약 이곳 유배지에서 죽는다면 이곳에다 묻어놓고 국가에서 그 죄명을 씻어준 후에야 반장(返葬)*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너희..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편지 쓸 때 명심할 점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편지 쓸 때 명심할 점 ​ 열흘 정도마다 집안에 쌓인 편지를 점검하여 눈에 거슬리는 번잡한 것은 하나하나 뽑아 적어두고, 심한 것은 불살라버리고, 그보다 조금 덜한 것은 노끈으로 만들어 쓰고, 그보다 조금 덜한 것은 벽을 바르거나 종이상자를 만들어 쓰면 정신이 맑아지게 될 것이다. 편지 한장 쓸 때마다 두번 세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四通五達)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편지가 수백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다. 내가 젊어서는 ..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하늘로 치솟겠다는 기상 )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하늘로 치솟겠다는기상 ​ 한번 배부르면 살찐 듯하고 배고프면 야위어빠진 듯 참을성이 없다면 천한 짐승과 우리 인간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하겠느냐? 소견이 좁은 사람은 오늘 당장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의욕을 잃고 눈물을 질질 짜다가도 다음날 일이 뜻대로 되면 벙글거리고 낯빛을 편다. 근심하고 유쾌해하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며 울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든 정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데, 달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소동파(蘇東坡)가 "속된 눈으로 보면 너무 낮고 하늘을 통하는 눈으로 보면 너무 높기만 하다"고 하였으니, 요절하는 것과 장수하는 것을 같게 보고 죽고 사는 것을 한가지로 보는..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모든 사람에게 일을 맡겨라.)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모든 사람에게 일을 맡겨라 ​ 옛날 어진 임금들은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지혜가 있었다. 눈이 먼 소경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고 절름발이는 대궐문을 지키게 하였고 고자는 후궁의 처소를 출입게하였고, 꼽추, 불구자, 허약하여 쓸모없는 사람이라도 적당한 곳에 적절하게 용무를 맡겼다. 그러니 이 점에 대하여 항상 연구하도록 하여라. 집에 사내종이 있는데도 너희는 항상 말하길 힘이 약해서 힘드는 일을 시키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는 너희들이 난쟁이에게 산을 뽑아내라는 식의 가당치 않은 일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 집안일을 처리해나가는 방법으로 위로는 주인어른 내외부터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형제 동.. 더보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벼슬살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약용 지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벼슬살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임금께서는 벼슬하기 전부터 나를 알아주셨고 벼슬에 나온 뒤로는 나를 더욱 깊이 이해해주셨다. 임금 곁에서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때도 임금의 뜻과 내 뜻이 부합되었던 적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침내는 내 계획안과 정책이 역사책에 오르거나 공적이 많은 사람의 사적(史蹟)을 새겨놓은 종묘의 솥에도 새겨지지 않았음은 무엇 때문이겠느냐? 옛 성철들이 말하기를 "그 지위(地位)에 있지 않고서는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않는다" 하였고, [주역(周易)]에는 "군자는 생각하는 범위가 그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회고해보면 그때는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얕아 이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