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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노트,독서HAZA365>/독서노트-2017년

토지1 中 -박경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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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기이 풀잎의 이슬이고 천년만년 살 것같이 기틀을 가지고 집을 짓지마는 많아야 칠십 평생 아니가. 믿을 기이 어디 있노.
늙어서 뱅들어 죽는 거사 용상에 앉은 임금이나 막살이하는 내나 매일반이라.
내사 머엇을 믿는 사람은 아니다마는 사는 재미는 맘속에 있다 그 말이지.
두 활개 치고 훨훨 댕기는 기이 나는 젤 좋더마."


"좋다고 좋은 대로 살 수 있소? 그렇게 살 수는 없지요."


"그런께 자리 안 잡는 거 아니가. 나도 니맨치로 개 핥아놓은 죽사발맨치로 생깄으믄 버얼써 장가들어서 계집자식 덕에 낙도 보고 고생도 했을 기다마는 이런 낯짝 해가지고 어느 계집년이 날 섬기주겄노.
허나 살아본께 다 이런 대로 홀가분해서 좋고... 욕심이 사람  잡더라고 이펭이 그눔 보지?
멩태맨치로 삐삐 말라가지고 일에 환장한 눔 아니가."

"따른 식구가 많은께요."

"그런께 내가 하는 말 아니가. 지아무리 나부댄다고 농사치기가 자게(자기)전답 자식 눔한테 물리겄나?"

"아 형님은 홀가분해서 좋고 그 형님은 식구 땜에 일하는 낙으로 사는 거 아니오."
 

 

 




 
한창 추웠을 때는 강물 가장자리에 두께가 제법 되는 얼음이 얼었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깨진 얼음덩이는 햇빛에 희번득이며 둥둥 떠내려가더니, 그것마저 다 녹아버리고 강물은 물거픔을 몰고 와서 강변 모래밭에 찰싹대고 있었다.끝이 누우렇게 웅그라붙은 보리와 붉은 흙이랑에 봄서리가 내리고, 논바닥에는 거름과 부토더미가 군데군데 놓여져 있었다.
게 다리같이 앙상하게 꾸부러진 뽕나무를 보아서는 아직 봄이 먼 것 같지만 그러나 최참판댁 별당과 사랑 뜰에는 옥매화가 방금 열릴 것같이 봉오리를 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까맣게 그을려놓은 강둑 잔디에, 우뚝 우뚝 서 있는 키 큰 버드나무에 푸른 새잎이 돋을 것이다.
 


 

 



모두 바빠서 날뛰는 계절이다. 꿀벌은 알을 까고 누에는 애기잠에서 깨어난 물신물신 크다가 다시 한잠으로 접어들었고, 그러고 나면 뽕잎 따는 손이 바빠질 것이다. 목화씨를 뿌리고 논에는 풀을 베어 넣고 삼밭의 삼은 무릎만큼 자라서 날 따라 뜨거워지는 햇볕에 모든 생물은 생장을 향해 달음박질이다.
비만 좀 더 와주면 푸성귀밭의 진딧물을 씻어줄 것을, 마을 아낙들은 보리타작까지, 누에치기도 그러려니와 끝장을 내야 하는 봄 길쌈에 매달려 있었다.
보리타작도 머지는 않았다. 파아란 떡보리를 맛보았으니, 햇볕 바른 곳에서부터 보리는 익어갈 것이다.

토지1 中     -박경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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