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색하는 사람
누구든지 다음과 같은 후회로 한번쯤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애써 사색의 길을 걸어왔는데,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책에서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모든 노력의 결과와 보상이
저자의 명확한 통찰과 논리에 의해 하나의 진리로 탄생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 말이다.
사실 이런 경우처럼 세월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점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록 동일한 모습과 형태를 갖춘 진리일지라도 생성된 모태는 엄연히 다르다.
다시말해 산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법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상에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둘째, 이 같은 개별적인 체험에 의해 동일하게 얻어진 진리도 그 적용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고유한 사색을 통해 얻어진 진리이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우연히 획득한 진리와 달린
어떤 환경 변화가 발생해도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리를 획득하는 이 같은 과정은 괴테가 남긴 다음과 같은 격언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즉 스스로 사색하는 자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정립한 후 비로소 이를 보증하고자 건위 있는 학설을 습득하여 그 의견을 보충한다.
반면에 '서적 철학자'는 타인의 권위에서 출발한 후 이들의 학설을 긁어모아 하나의 체계를 정리한다.
그러므로 타인으로부터 얻은 재료로 만들어진 철학이 인형이라면, 자신의 사색으로 만든 철학은 살아 있는 인간인 것이다.
출처: 쇼펜하우어 문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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