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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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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부
이전(吏典) 6

5. 물정을 살핌[察物]

 

 

 

우두머리 아전인 이방의 실권이 무거워 수령의 총명을 가려 설정이 위로 보고되지 않으니, 별도의 염문(廉問)을 그만둘 수가 없다.




현재의 이방을 좋아하지 않는 다른 아전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 부임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이방의 간악함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이 사람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나 수령의 좌우가 모두 이방의 눈과 귀 역할을 하므로 은밀히 수령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마땅히 공무를 핑계로 삼아 이 사람을 서울로 파견하고, 형제와 아들, 조카 가운데 말을 조심하고 사리를 잘 아는 이를 시켜 이 사람을 만나 "이방이 저지른 부정이 몇 가지나 되는지 상세히 적어보라. 내 장차 원님에게 보고하리라"고 일러주게 한다.


또 요직에 있는 아전으로 이방과 한패거리가 되어 부정을 하는 자들도 아울러 적게 한다. 그러면 이 사람은 전날의 앙심을 갚고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말할 터이니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창고의 농간질이라든가 마을에서의 행악이라든가 하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비럭 그가 한 말이 혹 모함이라 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고 언로(言盧)를 틔워놓아야 할 것이다.


늘 보면 지혜롭지 못한 수령들은 이방을 사인(私人)으로 삼아 이방과 호오(好惡)를 같이하면서 그의 말만 치우쳐 듣고 절대로 의심하지 않아, 이방과 적대되는 자들은 마음 놓고 지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수령 스스로 자신의 총명을 막고 홀로 우뚝 고립되어, 방 밖의 일은 한 점도 듣지 못한 채 아전들은 배반하고 백성들은 저주하여 마침내 낭패를 불러들이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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