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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노트,독서HAZA365>/독서노트-2018년

일반적이지 않는 독자 -앨런 베넷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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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애초부터 읽은 책을 두고 공적으로는 물론이고 그 누구와도 토론하지 않았다. 아무리 값진 일이라 해도 그처럼 뒤늦게 열렬히 빠져들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임을 여왕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종교나 달리아에 열중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여왕의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왕에게는 독서가 더할 수 없이 심각한 일이었다. 여왕에게 독서란, 작가에게 글쓰기와 같은 의미였다. 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가 글을 쓸 숙명을 받아들이듯 여왕은 책을 읽을 숙명을 인생의 이 황혼기에 받아들여야 했다.

우선, 여왕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감과 낭패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끝없이 펼쳐진 책들이 여왕을 노려보고 있었고, 여왕은 독서를 어떻게 계속해나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여왕의 독서에는 체계가 전혀 없었다.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에 따라 다음 책으로 이어졌고, 두세 권을 동시에 읽을 때도 많았다.

메모를 시작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갔고, 그 뒤로는 늘 손에 연필을 들고 책을 읽었다.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한 지 일년 쯤 지난 뒤에야 가끔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시험 삼아 용기 내어 적게 되었다.

여왕은 이렇게 썼다. '나는 문학이 광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 먼 국경으로 여행하고 있지만 국경에는 절대 다다를 수 없다. 게다가 나는 출발도 늦었다.결코 따라잡지 못하리라.' 그 아래에 또(연결되지 않은 생각을)적었다. '에티켓이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은 더 나쁘다.'

일반적이지 않는 독자   -앨런 베넷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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