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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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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지음

 

 

 

도서관에 들르면 책을 고른다. 준비한 도서목록의 책을 먼저 찾는다. 도서관을 나가기 전 신간과 큰 글자책 서가 앞에 다시 선다. 어떤 책이 있나 싶어서다. 찾고 있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책말이다. 한권을 뽑았다. 주르륵 훑어본다.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한다.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그렇게 <어른의 어휘력>을 만났다.

책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다. 좋은 책을 만났을때의 기분이다. 어른의 어휘력은 단어의 향연이고 어휘의 잔치다. 어른의 어휘 교과서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책 내용이 명확하고 적확하고 뚜렷하다. 말로만 사용하는 모호한 단어를 눈으로 보고 글로 써보니 정확해지면서 선명하진다.

일상에서 상황이나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적당한 단어를 찾지못해 답답한 적이 있다. "딱 맞는 표현이 없나?" 생각하지만 단어사용의 한계를 느끼고 만다. 대부분은 일상언어만 사용하던 터라 금세 떠오르지 않는다.

 

책에는 이렇게 전한다

"자신의 감정을 뭉뚱그려서 표현하지 않기, 어휘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승자독식의 어휘, 지시대면사 최대한 쓰지 않기, 적확한 어휘를 찾아서 제자리에 찾아 넣도록 하기"  맞다. 어휘를 찾아서 제자리에 사용하는 것으로 상황과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테니까.

"남의 눈이 아니라 내 눈으로 대상과 사물을 바로볼 수 있을 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사물과 대상에 관심이 없다면 어휘력은 늘리기 쉽지 않다. 왜 관심이 없는가? 역시 피로다." 우리는 일상이 바쁘고 피곤하다. 하루의 사이클에서 조금만 벗어나 다른 곳에 관심을 가져도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책에서 흥미로운 곳은 2장이다. 어휘력을 키우는 필수조건에서 사투리인 줄 알았는데 말맛나는 우리말 부분이다. 어른들이 하는 사투리 말로만 듣고 자랐다. 무슨 뜻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쓰는 표현이려니 어림짐작만 했다. 모호한 표현을 눈으로 보고 뜻을 들여다보니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듯 시원함을 느낀다. 미세한 쾌감도 있다.

 

 

 

책을 보다 적바림(나중에 참고 하기 위해 글로 간단히 적어둠)해둔 것을 옮겨 본다. 적바림이라는 표현도 책에서 본 것이다.  지릅뜨다, 고상고상, 반송반송, 괴까다롭다, 갓밝이, 어둑이, 달구지기, 얕은맛, 씨알머리 없다, 도사리, 말본새, 개복치, 깐보다, 야로, 겉볼안, 굴통이, 까끄름한, 칠칠하다, 내로라하는, 퉁맞다, 껄끄럽다, 어금지금하다,

제키다, 적바림, 엄벙하다, 자발없으면, 깜냥, 남세스럽다, 도나캐나, 고갱이, 깨끔하다, 태깔, 슴벅슴벅, 냇내, 쟁여놓다, 옹골지다, 쇠다, 한갓지다, 해낙낙하다, 잠포록하다, 마닐마닐하다, 구들구들하다,..... 들어본 단어도 있고 어림짐작하는 단어도 있다. 뜻을 보면 의외성에 놀라기도 하고 산뜻함을 느끼기도 한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단어와 풀이를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단어를 만나니 재미있다. 무미건조한 언어에 단비를 뿌려주는 것 같다.

 

 
 

 

 

이런 멋진 표현도 만난다.

인간에게 극한의 스트레스를 주는 감정은 억울함이라 한다.이는 모멸감과 비루함을 동반한다. 울화병이나 억울병이기도 한다. 정체 모를 연기처럼 꽉 들어찬 미지의 언어를 향한 분노였으리라.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간단한 표현이라도 고도의 두뇌활동이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언어적 직관이 통한다는 의미다.

말은 인격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인격이며 인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습관을 통해 갖출 수 있다. (타고 나는 것은 인성이다) 경험, 지식, 지혜의 맹점은 DNA에 담을 수 없다.

 

 

책에서 발취한 부분을 좀더 옮겨본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간단한 표현이라도 고도의 두뇌활동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온갖 정보를 종합해 인지하고 분석하고 추리하고 통찰하고 판단해 언어로 표현하기까지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좌뇌와 우뇌에 흩어져 있는 언어 관련 중추와 신경계가 가히 폭발적인 힘으로 동시에 반응하고 서로 연계한다. 무엇보다 언어 자체가 정밀한 신호 체계다. 남이 하는 말을 알아들고 남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은, 나아가 남이 하는 말과 글에 숨은 맥락을 알아차리고 남을 설득할 수 있도록 언어를 조율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선천적 능력이기도 하지만 오랜 학습을 통해 길러지고 강화된다.

 

 

울지 마라, 소리 내 말하라, 글을 쓰라. 그래야 내가 변할 수 있고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내 속을 풀어내는 것도 타인을 설득하는 것도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설령 말 때문에 사달 날 위험이 크다 해도 결국 말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되며 이런 상호작용은 주로 말을 통해 확립된다."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사람의 속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며 무엇보다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변화한다. 그 무한함을 간편하게 맥락 지어 일정한 몇 개의 범주에 집어 넣으려 한다면 어리석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들'이 여기에서 나온다.

앞으로도 그런 말들은 끊임없이 주변을 유령처럼 떠돌 것이다. 그러나 내가 유령을 만들지는 말자. 누군가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고 싶다면 가지도 않은 독심술을 부리지 말고 말(글)을 건네자. 그 말(글)이 가진 힘을 믿자.

우리가 어휘력을 키우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도 결국 소통에 있지 않던가. 역사상 가장 많이 말과 글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백날 그 소리가 그 소리다 (이것은 어휘력의 평등일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나 역시 끊임없이 똑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 말들은 소름이 끼치도록 낡았고 평범하며 수백만 번 사용하여 닳고 닳은 것들이다. 어휘력을 감정과 말, 행동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만큼,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는다. 그 필요가 인간을 좋아해서든 이용하려는 목적에서들 상관없이 말이다.

 

 

그동안 공감을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습으로 섞게 여겼으나 이대는 인정해야 할 거 간다. 공감은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 아닐 수 있다고, 사람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일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고 오랜 훈련과 철학적 경험을 필요로 한다.

공들여 쌓아야 할 과정을 건너뛰고 그저 표피적으로 좋다, 싫다 등의 반응 주고받기를 공감이라 착각하고 상대 마음도 나 같으려니 추측하는 걸 이해라 오해하는 건 아닐까.  '좋아요'나 '♥'는 공감의 표시가 아니라 반웅의 표시며 많이 누른다고 공감능력은 늘지 않는다. 물론 어휘력도 늘지 않는다 -137

 

 

 

나와 남, 글자만 봐도 겨우 미음(ㅁ) 하나 차이다. 상상으로 소반다듬이(소반에 쌀이나 콩 따위의 곡식을 한 겹으로 펴 놓고 뉘나 모래 따위의 잡것을 고르는 일) 해보자. 내 취향이나 정서, 선택, 가치관, 생각과 감정 등을 탈탈 털어 소반 위에 고르게 편다.  온전히 내 것이 아닌 잡것을 일일이 골라내 보자. 수월히 해낼 수 있을까. 우선 뭐가 나이고, 잡것인지부터 식별해야 하는데 한눈에 어렵다.

나는 이 과정이 책 읽기라고 생각한다. 책은 남의 관점이다. 관점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를 이른다. 어떤 관점이냐는 무엇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이기도 한데 의미가 없다 하는 것도 관점이며 열두 명이 모였을 때 열세 가지 관점이 나올 수 있다.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려 들면 책의 도움을 받아 자기 내면으로 입장하는 티켓을 받기 힘들다.

 

 

내가 태어나 최초로 먹은 음식은 어머니의 젖이었겠지만 맛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에게는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인 추억이 있으나 내게는 당신 품에 안겨 젖을 먹은 기억이 없다. 어머니는 내가 세상에 났을 때부터 오늘까지 다 기억하시는데 나는 당신의 가장 예뻤던 시절을 보지 못했으니 부모와 자식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 자식으로 태어나 응애응애 울고 아장아장 걷고 가가거겨 배우고 콩닥콩닥 설레며 처음 연애하는 모습을 다 보고 싶다.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당신이 아무리 울어도 진득하게 품에 안고 다독일 것이고, 험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며 전생에 이루지 못한 당신의 꿈을 이를 수 있도록 응원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목이 메인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나라면 어머니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감사함과 경이로움이었을까? 뭉글함에 울컥한다.

 


 

책읽는 내내 신선하고 재미있다. 우리말 향연이라고 해야 할까? 일상에서 말을 벗어나 살 수 없기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말을 이해하면 세상을 이해한다고 한다. 말을 이해하면 상대를 이해한. 말이 가진힘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말은 무료하기도 신선하기도 하다. 말은 하찮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하다.

책표지에 전한다. "나의 세상은 언어의 한계만큼 작거나 크다" 고개를 끄덕인다. 어른의 어휘력을 통해 말의 품격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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