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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글쓰기공부>

아들 군입대하는 날, 2020년 7월 27일 (공군 81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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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7일(월)

 

아들의 공군 입대 날

평소 아침과 조금 다른 풍경이다.

평일 아침인데 가족이 함께 있고

감정 상태도 묘하다.

 

몸은 움직이는데

머리는 정지 상태이다.

 

몸은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마음은 얼어붙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지 5개월.

그동안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이 있었던 것이

어쩌면 다행이다.

 

아침에 아들을 깨워야 하는데

차마 방문을 열 수가 없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 다짐했지만

까꺼머리를 하고 누워자는 아들을 보면

눈물로 앞이 흐려질 것이 뻔하다.

 

스스로 일어날 것이니 기다린다.

그때 남편이 아들 방문을 슬쩍 열어본다.

자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조용히 닫는다.

 

평소에 긴장감 1도 없어 보이던 남편도

오늘은 좌불안석이다.

 

 

 

날씨는 구름이 많고 흐리다.

연이어 비가 내리더니

일요일이던 어제부터

비는 그친 상태다.

 

 

 

입영통지서를 받던 날

입대 날이 과연 올까 생각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입대 날은 다가왔다.

 

 

그때처럼 군 제대 날도 어김없이 다가올 것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타인의 일일 때는 대수로워 보이지 않던 일이

내 앞에 닥치면 대수로워진다.

 

 

 

 

 

군 입대 전경도 바꾼  코로나

 

아들의 공군 입대 날.

해주고 싶은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건강하게 무탈하게 군 생활하고 와라.

대범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져라.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장소(공군교육사령부)로 향한다.

 

아들, 남편과 나, 저마다 생각은 다르다.

조용한 음악만이 차 안에 울려 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말 수가 줄어든다.

 

 

휴게소에 들러

간단하게 호두과자와 커피를 마신다.

 

휴게소에도 군입대자로 보이는

청년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이동이며

신나는 음악으로 바꿔본다.

 

흐리기만 하던 하늘에서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멈추곤 한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날씨가 내 마음 같다.

 

 

대구에서 진주 공군교육사령부까지 

자동차로 2시간가량 걸린다.

2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흐르고 있었나.

 

 

 

차 안의 음악은

선곡하지 않은 메들리로 틀었는데

갑자기 '나 군대 간다.'  '사랑한다 아들아' 

노래가 울려 퍼진다.

뭐야 이 타이밍~!!

눈물 나게....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도착하기 전

금곡에서 살짝 빠져

간단히 밥을 먹는데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군입대하는 아들도 남편도 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도 바꾸었지만

입대 전경도 바꾸었다. 

 

드라이브스루 입대 

공군 816기(2020년 7월 27일)

 

차에서 아들만 내려주고

차를 돌려 나온다.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허무함이 밀려온다.

아들이 내리고 나서야 눈앞이 흐려진다.

 

아들은 내리자마자 손소독에 비닐장갑에

나아가 코로나 검사부터 시작할 것이다.

 

차를 타고 차량에서 아들만 쏙 내려주고

부모는 그대로 차를 돌려 나온다.

이별 인사는 미리 해 둬야 한다.

 

차에서 내리는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다.

 

이제부터 아들은 홀로 자신과 싸워야 한다.

 

 

 

 

 

우리가 평소 크게만 느껴지는 나무도

멀리서 바라보면 작은 점에 불과하다.

 

삶을 괴롭히는 문제도

인생 전체에 비추어 보면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문제. 불안. 걱정도

크고 높고 넓게 바라보면

지나가는 하나의 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대한의 건아들 건강하고 씩씩하게

군 복무 마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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