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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생각>/소소한일상-2020년

병상일기- 오늘도 병동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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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아침은

청소 아주머니의 쓰레기통 비우는 소리로 시작된다. 입원병동은 24시간 풀가동이다. 새벽에도 간호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병실을 오간다. 위급한 환자의 호출에 달려가기 위해 상시 대기 중이다.

 

링거를 새로 갈 거나 발열과 혈압을 체크한다. 진통제 주사를 주는 등 환자를 살핀다. 나 또한 수술 당일 새벽에 위급 호출을 누르며 진통제 주사를 요청했다. 간호사들은 언제나 친절하다. 환자에 대해 최대한 배려한다. 

 

병동의 밤은 길고 길다

입원 기간 9일이지만 단 하루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다. 다인실이라 여러 환자의 고충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아픈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 잠 못 드는 사람, 간호사들이 오가는 사이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사람, 간병인들의 환자 돌보는 소리에 깨어 잠들지 못하는 사람, 코를 고는 사람 때문에 잠 못 드는 사람, 잠 못 드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누구 하나 원망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나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깊은 밤, 고요함 속에 내 몸의 세포들과 감각은 하나하나 예민하게 살아 움직인다. 아픔과 함께 냄새에 더욱 예민해진 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는 눈, 입속이 바짝바짝 말라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 입, 내 몸의 도구들은 밤새 잠들지 못한다. 

 

 

 

​병원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

 

아픈 사람은 단연 환자이고  아프지 않은 사람은 환자 이외의 사람이다. 의사, 간호사, 간병인, 청소부, 식사를 가져다주는 사람, 옷과 침구를 관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고 배려하며 아픈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돌아간다. 

 

두 종류의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외모, 성격, 직위, 사회 적응력, 재력, 부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건강한가 아닌가의 기준인 건강 상태로 나뉜다. ​​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어 얼굴로 찌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이들은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해낸다.  환자와 환자 사이에도 서로 다른 아픔과 고통이 있지만 따지지 않고 어우러져 돌아간다. 

 

 

 

환자는 약하다

생각할 여력도 주장 내세울 힘도 없어서일까? 자기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이 앞서지 못한다. 짜인 프로그램대로 흘러갈 뿐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는 것이다. 병과의 싸움, 그 아픔이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환자에게 쉽지 않다.

병원 병동의 세계는 오늘도 돌아간다.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은 존재한다. 입원한 지 9일 보내고 오늘 퇴원했다.

 

 

 

 

 

아픔이 존재할 때는 병원은 꼭 필요한 존재고

아픔이 사라지면 병원의 존재는 잊힌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병원에 오래 적응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프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쁨이며 감사한 일인가.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아픔을 치료해 주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회복하는 하루하루의 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함에 감사함을

 

-by 독(讀) 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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