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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글쓰기 하하하中 -이오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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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은 얘기를 쓸 경우에는 눈으로 본 것을 쓰기도 하고, 귀로 들은 것을 쓰기도 하고, 냄새나 맛, 손에 닿는 느낌을 쓰기도 하고, 일하거나 논 것을 쓰기도 하고, 마음속에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붙잡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가장 많이 쓰게 되는 것은 눈으로 본 것을 쓰는 일입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것-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과 들, 그 산과 들에 있는 온갖 식물과 동물과 곤충, 물속의 고기들, 하늘과 구름과 눈과 비 와 무지개,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 자연은 얼마나 여러 가지로 풍성합니까?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조그만 모래 하나, 풀잎 하나까지도 그 모양이 모두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움직이고 변하는 모습이 다릅니다.

그 다른 생김새와 색깔과 움직임을 살펴보아서 글을 쓰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글이 됩니다. 사람이 만든 도시의 모든 집달, 길과 차들, 집 안의 온갖 물건들, 온갖 사람들의 온갖 살아가는 모습들은 또 얼마나 무궁무진한 글감을 보여 줍니까.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보는 것은 우리의 눈을 끌어 관심을 갖게 되지만, 언제나 보는 자연이나 사람의 모습은 무심히 보아 넘깁니다. 그럴 때는 한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 보세요. 그래서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이것을 처음 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보면 그 보는 것이 새롭고,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고 깨들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쓰는 글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내어 주시는 숙제로 책을 읽고 느낌을 쓰는 일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은 다음 마음에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짧게 일기장이나 그 밖의 공책에 적어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쓰게 되면 그 느낌이나 생각이 더욱 분명해지고, 자기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못해 쓰는 느낌 글, 책을 읽었다는 표시로 쓰는 느낌 글은 차라리 안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 까닭은 느낌 글을 쓰는 일이 짐으로 느껴져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줄어들거나 책 읽기가 싫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무슨 책을 읽고 몇 장 이상 쓰라고 하여 독서감상문을 상을 걸어 모집하는 일도 흔히 있는데, 이런 행사에 상을 타기 위해 억지로 늘여서 길게 쓰려고 하고, 별난 생각을 한 것같이 꾸며 쓰는 것도 아주 좋지 않은 짓입니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책을 읽는 일이 중요합니다. 느낌 글은 쓰고 싶어서 써야 하는데, 어절 수 없이 쓰거나 거짓을 써서 도리어 책 읽기가 싫어지게 되니 안 쓰는 것이 훨씬 낫지요.

 

 

 



어떻게 하면 책이 읽고 싶어지는 느낌 글, 즐겨 쓰는 느낌 글이 될까요?
다음에 쓰는 요령을 몇 가지 적어 봅니다.

첫째, 진정에서 우러난 느낌이나 생각을 써야 합니다. 자세히 쓰는 것은 좋지만 역지로 길게 쓰려고 하지 마세요. 원고지 한 장이라도 좋고 두 장이라도 좋습니다. 쓰고 싶은 것이 많으면 다섯 장도 열 장도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줄만 쓴 것이 열 장 쓴 것보다 더 나을 수가 있습니다.

둘째, 책에서 얻은 지식을 정리해 본다든지, 긴 얘기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는 공부도 때로는 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었을 때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만 꼭 써야 할 것은 자기의 느낌이요, 생각입니다.


셋째, 순수한 감상을 쓸 때, 그 책을 읽었더니 얼마나 재미있었다든지, 즐거웠다든지, 슬펐다든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든지, 나도 그 책에 나오는 아이같이 살고 싶다든지 하여 간단하게 쓸 수 있지만,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좀 더 자세히 쓸 수도 있습니다. 가량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이 자기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점이 같은가? 자기 같으면 그런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자기의 의견을 좀 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쓰기 하하하中 -이오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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