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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워킹작가의 일상생각2022년

구름은 가고 머묾이 있어도 이 마음은 가고 머묾이 없는 것이니, 무엇을 돌아다볼 것이며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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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작가의 일상 생각

 

 

구름은 가고 머묾이 있어도

이 마음은 가고 머묾이 없는 것이니,

무엇을 돌아다볼 것이며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이산해 「운주사기」

 

 

 

운주사는 '운주사에 구름이 머문다'라는 뜻의 절이다. 구름은 가고 머묾이 있다. 눈에 보이기에 그러하다. 마음은 가고 머묾이 없다?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머물러 있기도 하고 사랑이 식으면 떠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머물고 떠나는 것이 마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허나 마음은 가고 머묾이 없다 한다고 전한다. 이유가 뭘까?

사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몸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 몸은 흠이 있어 변하기 마련이다. 마음은 다르다. 잘 다스려 흠이 없으면 고요하여 통하지 못할 데가 없다.

우주의 기운을 감싸는 오묘함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은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며 자연과 혼연일체가 가능하다

구름은 거주하는 것이 있으나 마음은 거주하는 것이 없다. 무엇을 돌아다볼 것이며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선인의 깨달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운주사기]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여겨진다.

운주사기 (雲住寺記)

 

옛날 도정절(陶靖節, 도연명을 말함)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으면서

구름을 무심(無心)하다고 하였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숲은 새에게 요구하는 일이 없지만

숲이 우거지면 새가 찾아든다.

이는 숲이 무심한 것이지

새가 무심한 것은 아니다.

 

물은 물고기에게

요구하는 일이 없지만

물이 깊으면 물고기가 즐거워한다.

이는 물이 무심한 것이지

물고기가 무심한 것은 아니다.

 

산은 구름에게 요구하는 일이 없지만

산이 높으면 구름이 머문다.

이는 산이 무심한 것이지

구름이 무심한 것은 아니다.

대저 구름은

기운에 의하여 생기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일었다가

자연적으로 흩어진다.

 

그러므로 그 양상이 고기나 새처럼 해로움을 피하여 편리한 곳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같지 않아서,

 

서식하는 것도 반드시 산에서 하고

오르내리는 것도 반드시 산에서 하며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떠났다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

마치 못 잊어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 듯하니,

 

이 점이 바로 나의 견해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아, 사물 중에서 하자가 없기로

구름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데도

역시 마음이 없을 수 없는데,

하물며 하자가 있는 우리네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형체는 밖에 있고

마음은 안에 있으니,

형체에는 비록 하자가 있더라도

마음만은 하자가 없게 할 수가 있다.

 

마음에 하자가 없으면

담담해서 비추지 못할 데가 없고

고요해서 통하지 못할 것이 없게 된다.

 

그리하여 형기(形氣)의 밖까지

말끔하고 우주 전체를 감싸서

아득하고 오묘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면천지와 이웃이 되고

조물주와 같은 무리가 되어

만물을 서로 잊을 뿐만 아니라

천지와도 서로 잊게 될 것이며,

천지만 서로 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를 잊게 될 것이다.

 

구름은 출입(出入)이 있어도

이 마음은 출입이 없으며,

구름은 거주(去住)가 있어도

이 마음은 거주가 없는 것이니,

무엇을 돌아다볼 것이며

무엇을 그리워하겠는가.

내가 운주사(雲住寺) 아래에

임시로 거처하면서

구름이 항상 암자 동쪽 기슭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서

이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이 내용을 속인(俗人)과는 말할 수가 없다.

 

이것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 암자의 승려 신묵(信黙)이다. 모월 모일에 시촌거사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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