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주천서]
촉땅의 아이가 고운 구슬 수천 개를 얻었다.
보고 기뻐서 품에 넣고, 옷자락에 담고, 입에 물고, 두 손에 움켜쥐기도 하여,
동쪽으로 낙양에 가서 팔려고 했다.
막상 길을 떠난 후, 지쳐서 앞섶을 헤치면 품었던 구슬이 떵지고,
물을 건너다 몸으 숙이면 옷자락에 담았던 것이 흩어졌다.
기쁜 일을 보고 웃거나 말할 일이 있어 입을 열면 머금고 있던 구슬이 튀어나았다.
벌이나 전갈, 살무사나 도마뱀처럼 사람을 헤치는 물건과 갑작스레 맞닥뜨리면,
그 근심에서 자기를 지키려고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놓치고 말았다.
마침내 절반도 못 가서 구슬은 다 없어져버렸다.
실망해서 돌아와 늙은 장사꾼에게 이 일을 말해주었다.
장사꾼이 말했다.
"아아, 아깝구나! 왜 진작 오지 않았나? 고운 구슬을 나르는 데는 방법이 따로 있단다.
먼저 좋은 명주실로 실을 만들고, 빳빳한 돼지털로 바늘을 만든다.
푸른 구슬은 꿰어 푸른 꿰미를 만들고, 붉은 것은 꿰어 붉은 꿰미를 만든다.
감색과 검은색 자줏빛과 누런빛도 색깔 따라 꿰어, 남방의 물소가죽으로 만든 상자에 담는다.
이것이 고운 구슬을 나르는 방법이다.
이제 네가 비록 만 섬이나 되는 구슬을 얻었다 해도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어딜 가도 잃어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게다."
"오늘날 학문하는 방법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무릇 온갖 경전과 제자백가의 책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이나 많은 목록은
모두 고운 구슬이라고 할 수 있다.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또한 얻는 족족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소학주천서]
출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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