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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3부,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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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3​부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밥 파는 노파에게서도 배웁니다

上仲氏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

 

어느날 저녁에 집주인 노파가 곁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선생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이런 뜻을 아시는지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더 애쓰시는데도,

 

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기를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하며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게 하였고

 

복(服)을 입을 경우에도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등급 낮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혈통으로 집안을 이루게 해놓고 어머니 집안은 도외시하였으니 이건 너무도 편파적이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셨다,라고 했기 때문에 옛날 책에는 아버지가 자기를 처음 태어나게 하신 분으로 나와 있소.

 

어머니의 은혜도 무척 깊기는 하지만, 하늘의 으뜸, 탄생되게 하는 근본의 은혜가 더 중요한 탓일 겁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노파는

"선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풀이나 나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는 나무나 풀의 종자입니다. 어머니는 나무나 풀로 보면 토양입니다. 종자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 베풂이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부드러운 흙의 자양분으로 길러내는 토양의 은공은 대단히 큽니다.

 

밤의 종자가 밤나무가 되고 벼의 종자가 벼가 되는데 그 몸 전체를 이루는 것은 모두 땅기운입니다.

 

그러나 결국 나무나 풀의 종류는 본래의 씨를 따라서 나뉘게 되는 것이니, 옛날 성인들이 교훈을 세워 예(禮)를 제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노파의 말을 듣고 흠칫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이렇게 밥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특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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