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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다산의 풍경 中 -정약용 시 선집 근심에 잠 못 들고 1 어릴 때는 성인(聖인)을 배우려 했고 중년에는 현인(賢人)이라도 되려다가 늘그막엔 우인(愚인)으로 만족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어잠이 오질 않네. 2 복희(伏羲)의 시대가 아니니 복희에게 물을 수도 없고 공자의 시대가 아니니 공자에게 물을 수도 없네. 3 밤에도 빛이 나는 구슬 하나를 우연히 오랑캐 상인의 배에 실었는데 큰 바다 폭풍에 배가 가라앉아 영원히 그 빛을 볼 수 없다네. 4 입술은 타고 입 안은 마르고 혀는 갈라지고 목은 쉬었네. 내 마음 헤아릴 이 없는데 하늘이 성큼 어두워 오네. 5 취하여 북산(北山)에 올라 통곡하니 통곡 소리 하늘에 닿누나. 곁에선 이 맘을 모르고서 제 신세 가련해 운다 하네. 6 천 명이 술주정하는 가운데 단정한 선배 하나 엄숙하면 천 명 모두 손가.. 더보기
<책속글귀> 다산 선생 지석경영법 中 (by 주부독서연구소) 다산 선생 지석경영법 中 -정민 저 어느날 저녁 주인 노파가 제 곁에서 잡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묻더군요. "나리께서는 글을 읽으셨으니, 이 뜻을 아실는지요? 부모의 은혜는 한가지인데, 어머니는 수고로움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가르침을 세울 적에 아버지는 무겁게 보고 어머니는 가벼이 여겨,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게 하고 상복(喪服)도 어머니는 낮추었습니다. 친가 쪽은 일가를 이루지만, 외가는 제외합니다.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낳아주신 까닭에 옛 책에서는 아버지를 나를 처음 태어나게 해주신 분으로 여긴다네. 어머니의 은혜가 비록 깊지만 천지에 처음 나게 해주신 은혜가 더욱 중한 것일세." "나리 말씀이 꼭 맞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볼 때 초목에 견준다면.. 더보기
<책속글귀>-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中(by 주부독서연구소)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 -호연지기를 가져라 송나라의 학자 육구연은 말했다. "우주의 모든 일이 바로 자기 일이요, 자기의 모든 일이 바로 우주의 일이다." 대장부라면 하루라도 이런 생각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본분을 가볍게 여기고, 아무렇게 허송세월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은아득히 넓고 쾌활하여 티끌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모름지기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반듯해져 호연지기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만약 하찮은 물건이나 돈 몇 푼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다면, 사람의 기상과 정신은 쭈그러들어 그 즉시 호연지기는 없어진다. 그러니 너희는 각별히 주의해라. 거듭하여 당부하건대, 말조심해라. 전체가 완전해도 구멍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