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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워킹작가의 일상생각2022년

천하만사는 마음에 달렸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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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의 일상생각

 

 

 

천하만사는

마음에 달렸을 뿐이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이거늘

 

장수가 가는데

졸개가 어찌 가지 않겠는가?

-채제공 [유관악산기]

 

마음이 가야 몸이 가고 몸이 가야 마음이 간다. 몸과 마음은 어느 것이 먼저랄 것이 없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가장 가깝게 오간다.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중히 여긴다. 기운이 따르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루고 만다.

채제공은 관악산 기행에서 아주 멋진 말을 남겼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 이이거늘, 장수가 가는데 졸개가 어찌 가지 않겠는가?' 움직여 가는 것이야 몸이겠지만 그 먼저 마음이 가야 한다.

관악산 기행에서 한 말이지만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스스로 마음을 잘 조절하면 행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이거늘~마음먹자, 기운이 따를 것이다. ^^

관악산 기행의 내용을 남겨본다.


 

관악산(冠岳山) 기행

채 제 공 (蔡濟恭) 지음

 

 

관악산은 서울의 영산(靈山) 이어서 일찍이 여러 선현(先賢)들이 노닐던 곳이다. 나도 한번 그 위에 올라 마음과 눈을 상쾌하게 하고, 선현들이 태산(泰山)을 우러르던 기상(氣像)을 기르고자 하였으나, 생각에 그쳤을 뿐, 세상일에 얽매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4월 13일, 이웃에 사는 이 숙현과 말을 타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집안 아이들 5~6명도 뒤따른다고 한다.

10리 남짓 가다가 자하동(紫霞洞)에 있는 작은 정자에 쉬었다. 정자는 바로 신씨(申氏)의 별장이다. 시냇물이 산골짜기에서 흘러오는데, 숲에 덮여 그 근원(根源)을 알 수가 없다. 흐르는 물이 정자 아래에 이르러, 바위에 부딪혀 튀는 것은 물방울이 되어 뿌려지고, 괸 물은 못을 이루고서는 다시 흘러서 골짜기 어귀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마치 피륙을 바래는 것 같다.

언덕에는 진달래가 한창 피어 어우러져, 바람이 불면 그윽한 향기가 물을 건너와 코를 간지럽힌다. 아직 산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서늘해지는 정취(情趣)를 느끼게 한다.

정자를 지나 10리 남짓 가니, 길이 험하고 가파로와 말을 탈 수가 없다. 그래서, 타고 온 말과 하인을 집으로 돌려보낸 다음,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었다.

칡덩굴을 뚫고 골짜기를 지나는데, 앞에서 인도(引導) 하던 사람이 잘못하여 절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동서를 분별할 수 없고, 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길에는 나무꾼조차 없어 물어볼 수가 없다. 따르는 자들이 주저앉기도 하고, 서서 어정거리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때, 저 위 높은 봉우리에 나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이 숙현이 나타나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잠시 후 다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괴이쩍게 생각되고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흰 장삼을 입은 스님 4~5명이 빠른 걸음으로 산을 타고 내려오더니 우리에게로 왔다. 스님들을 보자, 일행은 모두 “스님이 오신다!"라고 환성을 질렀다. 아마, 이 숙현이 멀리 있는 절을 찾아 내 우리 일행이 여기 있다고 알린 모양이다.

4~5리쯤 가니, 암자 하나가 나왔다. 암자 이름은 불성암(佛性庵)이다. 암자는 3면이 산봉우리로 둘려 있고, 앞쪽이 탁 트여서 시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문을 열면, 앉아서는 물론, 누워서도 천 리 먼 곳까지 바라보인다.

 

이튿날 아침, 해 뜨기 전에 아침밥을 재촉해 먹고 연주대(戀主臺)를 찾기로 하였다. 스님 몇 분이 좌우에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 한 스님이 말하기를,

“연주대는 여기서 10리 남짓 가야 하는데, 길이 몹시 험하여 나뭇군들도 쉽게 오르지 못합니다. 기력이 감당하시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한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하만사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장수(將帥)이고 기(氣)는 졸병과 같은 것이니, 장수가 가는데 졸병이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침내, 절 뒤에 있는 높은 산꼭대기를 넘었다. 길이 끊어지고 벼랑이 갈라졌는데, 밑은 천 길 낭떠러지다. 몸을 옆으로 돌려 암벽(巖壁)에 붙이고 손으로 나무뿌리를 번갈아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 놓았다.

현기증이 날 것 같아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다. 한곳에 이르니, 큰 바위가 가로막혀 더는 나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속이 패어 고랑이 지고 날카롭지 않은 곳을 골라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양손으로 버텨 가며 어물쩍어물쩍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갔다. 바지가 걸려 찢어지는데도 돌볼 겨를이 없다. 이렇게 간신히 연주대 아래에 닿을 수 있었다.

해는 이미 정오다.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니, 우리보다 먼저 올라간 유람객들이 만 길 낭떠러지 위에 서서 몸을 굽혀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양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나는 머리칼이 쭈뼛해져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고함을 지르게 하였다.

“그만두시오, 물러서시오!”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곱사처럼 등을 구부린 채 기어서 간신히 정상에 올랐다. 꼭대기에 수십 명이 앉을 만한 바위가 있는데, 이것을 차일암(遮日巖)이라 불렀다.

옛날, 양녕 대군(讓寧大君)이 왕위(王位)를 피하여 이곳 관악산에 와 머물렀을 때, 이 바위에 올라 대궐을 바라보곤 했는데, 햇볕이 뜨거워 오래 머무르기가 어려우므로 작은 장막을 치고 앉았다 한다. 바위 귀퉁이에 꽤 오목하게 팬 네 개의 구멍이 있으니, 아마 장막을 고정시키는 말뚝을 박았던 자리일 것이다.

구름과 하늘 사이에 높이 솟아오른 연주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하 만물이 나와 높이를 겨루지 못하고, 사방에 깔린 여러 봉우리들이 시시하여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저 서쪽 변두리에 한없이 넓고 아득히 뻗쳐 있는 기운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인데, 하늘인가 싶으면 바다이고, 바다인가 싶으면 하늘이니, 뉘라서 하늘과 바다를 분별하겠는가?

한양(漢陽)의, 성(城)과 궁궐이 밥상을 대하듯 또렷하게 와닿는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고리처럼 둘러서 빽빽하게 들어찬 곳은 경복궁(景福宮) 옛 터임을 금방 알 수 있겠다.

양녕 대군이 이곳을 배회(徘徊) 하면서 궁궐을 그리워하던 심정은, 비록 백 대가 지나더라도 상상할 수가 있다. 나는 바위에 기대어 큰 소리로 ‘시경(詩經)’ 한 구절을 외었다.

산에는 개암나무, 진펄에는 감초풀,

그 누구를 생각하는가?

서방(西方)의 미인(美人)이네.

저 미인이여, 서방의 미인이여!

 

그랬더니, 이 숙현이

“그것은 임금을 사모하는 노래입니다.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겠읍니까?”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임금을 연모하는 것은 누구나 지켜야 할 당연한 도리이네. 그러니, 옛사람과 지금 사람이 다르지 않네. 다만, 내가 지금 67세이니, 옛날에 허 목(許穆) 선생은 83세 때에 연주대를 올랐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나의 나이는 16년이나 모자라네, 그런데도 허 목 선생은 걸음이 나는 듯이 빨랐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힘이 다하고 숨이 차서 간신히 올 수 있었네, 도학(道學)과 문장(文章)이 옛사람에게 미치지 못함은 이상할 게 없으나, 근력조차 옛사람에게 미치지 못하단 말인가?

하늘의 도움으로 내가 만일 83세까지 살면 가마를 타고서라도 반드시 이 연주대에 다시 올라 옛사람의 발자취를 이을 것이니, 그대는 기억(記憶) 해 두게나.”

내 말에 이숙현이

‘그때 저 역시 따라오겠습니다"

하므로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숙현은 지금 65세이다.

이날은 불성암(佛性庵)에 돌아와서 자고, 이튿날 노량진 집으로 돌아왔다.

 

-작성: 워킹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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