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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의 다음 글은 훌륭한 '글쓰기병법'을 제시해준다.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강추!
글을 잘 짓는 자는 아마 병법을 잘 알 것이다.
비유컨대 글자는 군사요. 글 뜻은 장수요. 제목이란 적국이요.
고사의 인용이란 전장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요.
글자를 묶어서구(句)를 만들고 구를 모아서 장(章)을 이루는 것은 대오를 이루어 행군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추어 읊고, 멋진 표현으로써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올리고 깃발을 휘날리는 것과 같다.
앞뒤의 조응이란 봉화를 올리는 것이요,
비유란 기습 공격하는 기병이요,
억양반복(抑揚反覆: 문장 기세의 억제.고조를 여러번 되풀이함)이란 끝까지 싸워 남김없이 죽이는 것이요.
파제(破題: 과거시험에서 시제의 의미를 먼저 설파한 것)한 다음 마무리하는 것은
먼저 성벽에 기어올라가 적을 사로잡는 것이요.
함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란 반백의 늙은이를 사로잡지 않는 것이요.
여운을 남기는 것이란 군대를 정돈하여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용병 잘 하는 자에게는 버릴 병졸이 없고,
글을 잘 짓는 자에게는 따로 가려 쓸 글자가 없다......
대저 자구(字九)가 우아한지 속된지나 평하고 편장(篇章)의 우열이나 논하는 자들은
모두 변동의 임기웅변과 승리의 임시방편을 모르는 자들이다.....
그 변통하는 방편은 역시 때에 있는 것이요. 법에 있지는 아니한 것이다.
-박지원, [소단적치인騷壇赤幟引]에서
출처: 언어의 달인 호모로퀜스 -윤세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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