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개론
개론慨論이란 인생의 여러 가지 욕구欲求와 모든 사물의 상태를 두루 살펴 그 고통이 되는 일을 경계하고, 복이 되는 일을 권하여 힘쓰게 해서 처세와 수양의 모든 문제를 대체적으로 논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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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로지 사욕私慾을 탐하는데 사로잡히게 되면 강직함이 녹아 나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어리석게 디며 은혜로운 마음이 변해 험악해지고 깨끗함이 오염돼 더러워져서 일생의 인품이 허물어진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탐하지 않음을 보매로 삼았으니 이것이 세상을 순탄히 살아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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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氣象은 높고 넓어야 하나 상도常道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심사心思는 신중하고 세심해야 하나 가히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취미는 깨끗하고 담백해야 하나 메마르지 말아야 하며, 지조를 지키는 것은 엄격하고 명백해야 하나 격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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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긴 대밭에 바람이 불어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나무에 소리가 머물지 않으며, 차가운 연못 위를 기러기가 날아가도 기러기가 날아간 뒤에는 연못에 그림자가 머물지 않으며, 차가운 연못 위를 기러기가 날아가도 기러기가 날아간 뒤에는 연못에 그림자가 머물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도 일이 생기면 마음이 비로소 나타나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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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이 있고, 어질고도 결단을 잘 내리고 명백한 것과 아닌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파헤치지 않고, 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바로잡으려 하지 않으면 이것은 곧 꿀범벅이 달지 않고 해산물이 짜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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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할 때 헛되이 지내지 않으면 바쁠 때 도움이 되고, 고요할 때 공허함에 빠지지 않으면 활동할 때 도움이 되고, 어두운 가운데서도 속이고 숨기지 않으면 밝을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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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일어나는 곳에서 문득 탐욕의 길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달으면 곧바로 돌이켜 도리道理의 길을 따라 돌아오게 한다. 한 번 생각이 일어나면 곧 깨닫고 한 번 깨달으면 곧 돌이킬 것이다. 이것이 화를 돌려 복이 만들고 죽음을 돌이켜 삶을 회복하는 중요한 고비니 절대로 가볍게 지나쳐 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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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라도 늘그막에 한 지아비를 따르면 일생의 화류花柳생활이 장애가 되지 않고, 정숙한 부인일지라도 늙어서 정절을 잃으면 반평생 지킨 절개가 모두 허사가 된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 다만 인생의 뒷부분만을 본다"하였으니 진실로 명언明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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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선을 가장하는 것이 소인의 악을 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군자가 절개를 잃는 것은 소인이 잘못을 고쳐 새로워지는 것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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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식구 중에 잘못이 있으면 급하게 드러내지도 말고 경솔하게 내버려 두지도 말라. 직접 지적하여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에 빚대어 비유적으로 깨우치고, 오늘 깨닫지 못하거든 내일까지 기다려 경고하라. 봄바람이 얼었던 것을 녹이고 따뜻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해야 비로소 가정의 모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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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욕망이 사나운 불과 같고 권세가 맹렬한 불꽃과 같으니, 만일 맑고 차가운 기미氣味를 지니지 않으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거나 아니면 반드시 자기를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