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개론
개론慨論이란 인생의 여러 가지 욕구欲求와 모든 사물의 상태를 두루 살펴 그 고통이 되는 일을 경계하고, 복이 되는 일을 권하여 힘쓰게 해서 처세와 수양의 모든 문제를 대체적으로 논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51
더웠다 추웠다 잘 변하는 모습은 부귀한 자가 가난한 자보다 더욱 심하고,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마음은 골육간이 외부사람보다 더 심하다. 이러한 경우에 만일 냉정한 마음으로 대처하고 평정심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번뇌 속에 빠져 있지 않기가 어렵다.
52
공로와 과오는 조금도 혼동해서는 안 되며, 혼동하면 사람들이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된다. 은혜와 원수는 너무 명백히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명백히 구분하면 사람들이 배반하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
53
사군자가 가난하여 재물로 남을 구제하지 못하더라도 남이 어리석고 혼미한 경우에 한마디 말로 깨우쳐 주고, 남이 위급하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한마디 말로 구제하면 이것 역시 무한한 공덕이 된다.
54
인격을 형성하는 데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조금도 없으면 하나의 조각상을 만드는 일처럼 모든 것이 공허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원활圓活한 마음의 작용과 흥취가 없으면 이는 하나의 나무 인형과 같아 가는 곳마다 막힘이 있다.
55
급하게 일을 진행하면 밝혀지지 않던 것도 간혹 여유롭게 진행하다 보면 스스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여 분노를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부릴 때 복종하지 않는 사람도 내버려 두면 혹 스스로 따르기도 하니 너무 엄하게 대해 완고함을 키우지 말라.
56
덕은 사업의 기초가 되며, 기초가 단단하지 않고 용마루와 처마가 견고한 집은 없다. 마음은 행실을 닦는 뿌리가 되며, 뿌리를 내리지 않고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는 없다.
57
남의 잘못은 용서해야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용서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당하는 심한 모욕은 참아야 하지만 남이 당하는 심한 모욕은 참지 말아야 한다.
58
은혜를 베풀 때에는 처음에는 박하게 하고 나중에는 후하게 해야 한다. 먼저 후하게 베풀고 나중에 박하게 베풀면 사람들이 은혜를 곧 잊고 만다. 위엄은 처음에 엄격하게 하고 나중에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먼저 너그럽게 대하고 나중에 엄격하게 대하면 사람들이 가혹하다고 원망할 것이다.
59
사군자가 권세 있는 중요한 벼슬에 있더라도 지조와 행동이 엄정하고 명확해야 하며, 마음과 기분은 온화하고 평이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남들을 추종하여 더러운 무리에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과격하게 벌이나 전갈 같은 독충의 무리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60.
관직에 있으면서 지켜야 할 말이 두 가지가 있다. "공정하면 판단이 현명해지고, 청렴하면 곧 위엄이 생긴다." 가정에 있으면서 지켜야 할 말이 두 가지가 있다. "용서하면 감정이 평온해지고, 검소하면 필요한 것이 충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