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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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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이전(吏典) 6조

1. 아전 단속[束吏]


타일러도 깨우치지 아니하고 가르쳐도 고치지 아니하며 세력을 믿고 속이는 간악한 자는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



이영휘(李永輝)가 임천군수(林川郡守)로 있을 때에 아전들이 간사하고 교활하고 백성을 많이 침학하였다. 그가 그중에서도 심한 자를 적발하여 다스리고 법조문을 엄히 하여 서로 살피게 하 촌리(村里)나 절이나 주막을 나가지 못하도록 금하니, 이 덕분에 민간이 편안하게 되었다. 아랫사람 단속이 엄해지고 아전들이 모두 두려워하게 되자, 그가 새로운 기풍을 진작시키기 위해 염치와 긍지를 지니고 효도와 우애로 이웃 간에 이름이 난 아전 둘을 불러 술과 밥을 내리면서 "너희의 평소 품행이 이러하니 응당 충(忠)을 효(孝)에서 구할 만하다. 반드시 마음을 다하여 맡은 바 일을 하고 관장(官長)을 속이지 말며, 죄를 지어서 너희 부모를 위태롭게 하지 말 것이다"라고 말하니, 두 사람이 감격하였다. 수령이 맡은 일을 반드시 정성스럽게 하자 아전들 역시 분발하고 힘쓰게 되었다. 백성들이 관례로 아전들을 대접하는 경우에도 아전들이 받지 않으며, 백성들이 몰래 그 집에 갖다 놓아도 아전들이 되돌려보내니, 뇌물을 주는 풍속이 거의 사라졌다.

이 노익(李盧益)이 전라감사가 되었는데, 감영의 아전 최치봉(崔致鳳)이란 자가 간사하고 교활하며 악독한 아전 물의 괴수였다. 전라도 53읍 모두에는 반드시 간사하고 교활한 아전이 두세 명 있는데, 그들 모두가 최치봉과 결탁하여 그를 우두머리로 삼고 지냈다.

 

최치봉이 해마다 수십만 냥의 돈을 각 읍의 교활한 아전들에게 나눠주고 창고의 곡식을 교묘하게 빼돌려 돈으로 바꾸어 고래대의 밑천을 삼으니 만민에게 그해가 돌아갔다. 감사가 아전과 군교들을 보내어 각 읍 수령의 잘잘못을 탐문하게 하면 반드시 먼저 최치봉의 지시를 받아 나가고, 돌아와서도 탐문해 적어온 보고서를 반드시 먼저 최치봉에게 보이니, 청렴 근실하여 법을 지키는 수령은 중상하고, 탐학 비루하며 불법한 수령과 간악한 향임(鄕任)과 교활한 아전으로 보고서 속에 기록된 자들은 최치봉이 모두 빼내주고, 그 기록된 글을 본인에게 보내어 자기의 위덕(威德)을 세우니, 온 도가 눈을 흘겨온 지 오래였다.

 

이노익이 부임하고 10여 일 지나 갑자기 그를 잡아들여 "너의 죄는 죽어 마땅하다"며 곤장을 쳤으나 죽지 않자, 서너 고을로 옮겨 가두다가 고창(高敞)에 이르러서는 물고(物故)를 내었다는 보고를 올리도록 재촉하였다. 재상들과 결탁해 있던 최치봉은 자식들을 재상들에게 보내 살 길을 도모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자 다음날 오시(午時)까지만 목숨을 붙여주기를 빌었으나 현감이 듣지 않아 드디어 고창에서 죽었다. 이때에 내가 강진에 있었는데, 간사하고 교활한 아전 여럿이 자기에게도 화가 미칠까 두려워 숨을 죽이고 마음을 태워 그 때문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도록 마르더니 여러 달 뒤에야 적이 안심하는 것을 보았다. 악의 괴수를 죽이는 일의 영향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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