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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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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이전(吏典) 6조

1. 아전 단속[束吏]

 

 


예(禮)로부터 바로잡고 은혜로 대한 뒤에라야 법으로 단속할 수 있다. 만약 능멸하여 짓밟고 함부로 부리며 이랬다저랬다 속임수로 몰아가면 단속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초하루와 보름의 점고(點考) 이외에 불시에 점고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세속에 이르기를, 아전들이 향촌에 나가 백성들을 침학하기 때문에 불시에 점고하여 그들이 향촌에 맘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전들 자신이 직접 나가지 않고 그 자제(子第)들을 보내고도 족히 백성들을 침학할 수 있으니 이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밤중에 불을 밝히고 장가(張哥)를 부르고 이가(李哥)를 부르면 명령이 갈팡질팡하여 도리어 위엄을 손상하기 마련이다.

무릇 현재에 직임을 띤 자는 으레 먼 곳에는 나아가지 않는 법이요, 오직 직임이 없이 한가한 자가 이러한 악폐를 자행하는 법이다.

관아에 혹 대단치 않은 잡무가 있어 불렀는데 즉시 들어오지 않으면 그가 향촌으로 나갔음을 알 수 있으니 벌을 줘야 한다. 야단스럽게 행적을 드러내지 말고 스스로 단속하도록 하고, 불시에 점고해서는 안된다. 관노 등속은 때때로 점고하는 것도 괜찮지만, 그러나 이때에도 아무 이름이나 뽑아서 불러보는 것으로 족히 경계함이 되니 반드시 명부에 다라 모조리 불러낼 것은 없다.


부모가 질병이나 의외의 재액을 만난 아전이 있으면 수령이 어루만져서 구원해 주되, 상사(喪事)에는 부의를 보내고 경사(慶事)에는 축의를 보낸다. 그런 뒤에 국고(國庫)를 훔치고 백성에게서 갈취하는 죄를 막고 징계하면, 법을 어기는 아전이 없을 것이다.

아전은 자벌레처럼 움츠리고 개미처럼 기어다니지만, 응대(應對)에는 물 흐르듯 기민하다. 수령은 아전을 마치 벌레처럼 내려다보고 작은 재주와 얕은 꾀로 이리저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전의 무리는 마치 여관 주인처럼 나그네를 겪는데 이력이 나서 성위(誠僞)와 허실(虛實)을 환히 꿰뚫고, 관아의 뜰에 엎드려서는 몰래 웃다가 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만가지로 비웃는 줄을 수령은 알지 못한다. 그러면 무슨 도움이 있겠는가?

지성으로 대하여 알거든 안다고 하고 모르거든 모른다고 하며, 죄가 있으면 벌주고 죄가 없으면 용서하여 한결같이 떳떳한 이치를 좇고 술수를 부리지 말아야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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