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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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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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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기(律己) 6


2. 청렴한 마음[淸心]


무릇 민간의 물건을 사들일 때 관가가 정한 가격기준이 너무 헐하면 마땅히 싯가대로 사들여야 한다.


 

관에서 정한 가격은 대개 헐하고 박한 것을 따르게 마련이고, 혹 그중에 후한 가격을 따른 것이 있어도 관에서는 쓰지 않으니 아전들이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물건값의 높고 낮음은 시기에 따라 변하는데 관의 가격기준은 한번 정하여 백년이 되도록 고치지 않으니, 그 시세에 알맞게 맞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값이 박하면 아전들이 괴롭고, 아전이 괴로우면 백성을 괴롭히니 결국 백성들에게 그 해(害)가 돌아간다. 아전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대개 아전의 됨됨이는 즐거우면 나아가고 괴로우면 물러서는 법인데,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면 거기에 좋은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성이란 즐거워도 머물러 있고 괴로워도 떠나지 못한다. 몸이 토지에 박혀 마치 밧줄로 묶여 매를 맞는 것과 같으니, 비록 그곳을 떠나지 않더라도 고통이 없다고 말 할 수 없다.


아전에게 돈이나 곡식을 주어 부역을 면제받은 마을들, 이른바 계방(契房)이 날로 늘어 부역의 공평치 못한 괴로움 때문에 백성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수령이 이 폐단을 없애려고 하면, 아전들은 "제가 그만두겠습니다."고 말한다.

내가 그 이유를 살펴보니, 하나는 모든 고을에서 감사에게 아첨하여 섬기는 것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데 있으며, 다른 하나는 관의 가격기준에 따라 억지로 정한 물건값이 공평하지 못한데 있다. 아전들은 손해를 보면 반드시 물러난다고 하고 수령이 그들을 만류하려면 반드시 그 욕심을 충족시켜주어야 하는데, 이로는 차마 자기이익을 떼어 내놓을 수 없고 아래로는 세금을 더 매길 수 없다.

 그래서 한 마음을 아전에게 떼어주어 계방을 삼게 하니, 천하에 교사스럽고 비루하고 인색한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새로 부임하는 모든 수령은 계방을 타파하려고 하지만, 일단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또한 모두가 잠자코 포기하니, 그 근본이 자기로 말미암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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