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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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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약용 저

 

제2부
율기(律己) 6조


1. 바른 몸가짐 [飭躬]


많이 말하지도 말고, 갑자기 성내지도 말 것이다.



백성의 윗사람 된 자는 움직이고 정지하며, 말하고 침묵하는 것을 아랫사람이 모두 살피어 의심쩍게 탐색하는 법이니,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고을로, 고을로부터는 사방으로 새어나가서 한 도(道)에 다 퍼지게 된다. 군자는 집안에서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하물며 벼슬살이할 때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비록 시중드는 아이가 어리고 시중드는 종이 어리석다 하여도, 여러 해를 관청에 있으면 백번 단련된 쇠와 같아서, 모두가 기민하고 영리하여 엿보아 살피는 것이 귀신과 같다. 관아의 문을 나서기만 하면 세세한 것도 모두 전하고 누설한다. 내가 10여 년 동안 읍내 바닥에서 귀양살이하면서 그 실정을 알게 되었다.

 

[주역(周易)에서는 "군자가 집안에 살면서 그 말이 선(善)하면 천리 밖에서도 이에 응하고, 그 말이 선하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이를 어기는데, 하물며 가까이 있는 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고,

[시경]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을 경계하고, 너의 말을 삼가라"고 하였으니, 백성의 윗사람 된 자는 조심해야 한다.
사방의 풍속이 각기 다르니 나에게 친숙하지 않은 것은 마음에 거슬리겠지만, 그래서 꾸짖고 화를 낸다면 역시 견문이 좁고 괴팍한 것이다.

수령이 악인을 만나서 "이곳의 인심이 순박한데도, 네가 그것을 어지럽히니 죄가 더욱 중하다"고 꾸짖으면 사람들이 다 기뻐할 것이지만, 수령이 "이곳 인심이 극악하여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라고 꾸짖으면 사람들이 다 노여워할 것이다. 실언하여 뭇사람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면, 역시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하물며 그 극악하다는 것은 모두 쌀이나 소금, 오이나 채소 같은 작고 보잘것없는 물건으로 인한 것이고, 백성들에게 포학스럽게 대하는 자나 법을 어긴 자에게는 노여워하지 않으면, 어찌 뭇사람의 마음을 복종시킬 것인가?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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