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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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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제2부
율기(律己) 6조

1. 바른 몸가짐 [飭躬]



시(時)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정사(政事)를 아전들에게 맡겨두는 것은 큰 잘못이다.

 

 


김현성(金玄成)이 여러 번 주군(州郡)을 맡아 다스렸는데, 손을 씻은 듯 깨끗하게 직책에 봉사하여 청렴한 소문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실무에는 익숙하지 못했고 성품이 심히 소탈하고 너그러워 매질하는 것을 일삼지 않았으며, 담담하게 동헌(東軒)에 앉아 종일 시를 읊조렸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김현성이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지만 온 고을이 원망하여 탄식하고, 티끌만 한 것도 사사로이 범하지 않되 관청 창고는 바닥이 났다"고 하여, 이 말이 한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당나라의 영호도(令狐綯)가 이원(李遠)을 항주자사(杭州刺史)로 천거하자, 임금이 "내가 들으니 원(遠)의 시에 '온종일을 오직 한판의 바둑으로 소일하노라'고 하였다는데, 어찌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영호도가 "시인이 흥이 겨워서 그러한 것이지, 사실이 반드시 그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임금이 "우선 보내어 시험해보도록 해라"고 하였다.


바둑은 그나마 고상하고 운치 있는 취미이다. 근래의 수령들은 정당(政當)에서 저리(邸吏)나 읍내의 건달들, 하인 무리들과 더불어 투전(鬪牋) 놀음으로 날을 다하고 밤을 새우니, 체모의 손상이 이렇듯 극심해졌다. 아아, 장차 어찌할 것인가?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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