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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작가/마음속 글귀-2019년

소소한 생각- 추억은 또다른 추억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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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또다른 추억을 만들고

 

어릴 적, 초등학교 겨울방학이었다.

길고 긴 겨울방학을 맞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막내 이모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막내 이모는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그곳에서 겨울방학 동안 머물기로 했다.

4살 아래인 이종사촌 동생과 함께였다.

 

새벽같이 깨우는 이모 덕에

부지런을 떨어야만 했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여자 셋이서 한 달을 살았다.

 

무료할 때면

서로 간지럼을 태우며 깔깔대곤 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날이다.

 

이모 집 근처에는 여고가 있었는데

운동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흰 설탕을 뿌린 듯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작은 발자국을 남기면서

우리가 처음이라며 웃던

그때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근처 충혼탑도 있었는데,

길게 늘어진 계단이 하늘까지 닿을 듯했다.

 

넓고 높은 계단을 가위, 바위, 보를 하며

한참을 오르던 기억도 있다.

 

 

 

이모집으로 들어가려면 큰길을 따라 걷다가 조금 언덕진 골목으로 들어서야 대문이 있었다. 그 길 또한 우리에겐 넓고 크게 느껴졌다.

며칠 전 이종사촌 동생이 예전에 이모가 살던 동네로 이사를 했다.

 

동생은 전화에 대고 흥분하며 쫑알거린다. 우리가 갔던 그 넓고 크던 학교, 충혼탑, 집 앞 골목길이 너무나 작게만 느껴지더라는 거다.

30년도 더 지난 곳이며, 추억의 장소를 다시 본 동생은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나 또한 궁금했다.

 

동생 집에 집들이도 갈 겸 해서 추억의 장소로 가보았다. 여고와 충혼탑, 이모가 살던 집의 골목길을 찾아가 보았다.

흥분한 동생처럼 나도 다르지 않았다.

추억의 장소를 보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by 독(讀) 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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