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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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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가 포기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는 꽤 성실한 편이고, 변했다 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뿐이다. 게다가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사랑이 있어야 할 곳에 파멸만 있는 듯해서 넌더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신이여,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그토록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계속 작업해 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먹거나 마시는 시간까지도 아낄 정도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습작은 대개 작은 인물화다. 꽤 큰 그림도 하나 그렸는데, 이미 두 번이나 물감을 문질러 긁어냈다. 너무 성급하다 싶을지도 모르지만, 계속해서 모든 걸 시험해 봐야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한다 해도 더 나은 그림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자고 결심했다. 지금 그리고 있는 풍경화에는 인물이 없다. 세심함이 요구되는, 배경 그리는 연습이지. 사실 인물의 톤이나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은 배경이 어떻게 그려졌나에 달려 있다.





의욕적으로 일하면서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긴 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의 백치 같은 마법에 홀린 화가들은 결국 바보가 되어버리지.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884년 10월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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