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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둥, 빈, 둥. 나의 360도 동그라미 주말 생활 계획표는 이것으로 가득 차 있다.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 봐" 불러내겠다는 배려심 깊은 지인들에게도 "주말엔 정말 안 돼요"라고 명확하게 의사를 밝혀 두었다. 심심할 틈이 없다. 빈둥거리기만으로도 주말 이틀이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빈둥빈둥. 이 말엔 이미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빈둥거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주말과 휴가가 대체 어떠해야 한단 말인가. 시간별로 '해야 할 일'을 정해 놓는 주말의 모습이란. 영화를 보고, 레저 활동을 하고, 외식을 하고, 명소와 맛 집을 가고, 그러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평일에도 끝없이 '투 두 리스트 To-do- List'에 시달리는데 말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또 다른 의무와 일이 도어 버린 휴식을 버리기로 했다.
이불 속에서 뒹굴며 꿈과 현실을 깜박깜박 오갈 때 비로소 나는 '행복'이란 말을 진심으로 떠올린다. 빈둥거릴 때 나는 진자 나를 만나는 것 같다. 이성의 작용을 멈추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약간의 상상력 혹은 '망상령'을 더해 환상의 색깔을 덧입힐 때가 바로 그 '멍 때림'의 순간이다. 내게 만약 손톱만 한 창의력이라도 있다면 그건 모두 빈둥거렸던 시간 덕분이었다고 확신한다. 빈둥빈둥 놀다 지치면 뭔가를 꼭 하고 싶어지니 빈둥거림은 생산적이기까지 하다.
그 여자의 공감사전 -이유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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