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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7년

다산 정약용 산문집 中 -허경진 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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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虞候 이중협과 헤어지면서 지어 주는 시첩 머리에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낳는 이치는 동과 정,
음과 양이 서로 그 뿌리가 되는 것과 같다.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그러한 이치를 알아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이치를 살피고,
흥하고 망하는 운수를 헤아린다.


어떤 상황에 대응하면서 자기의 마음이 언제나
다른 무리의 마음과 서로 반대가 되도록 한다.
그러면 괴롭던 마음이 줄어들어 즐겁게 된다.


흔하면 비싸게 사들이고 귀하면 싸게 팔아서
물가를 항상 고르게 하는 경수창의 상평범처럼 한다.


이게 바로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내가 처음 강진 성안에 있을 때는
언제나 답답하여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산茶山으로 옮겨 와
산 뒤부터는 안개와 노을을 마시고
꽃과 나무를 구경한 덕분에,
귀양살이 시름을 시원하게 잊어버렸다.
이게 바로 즐거움이 괴로움에서 나온 것이다.


얼마 뒤에 강진의 병마절도사 이중협李重協
우거진 숲 그윽한 시냇가로 나를 찾아왔다.
돌아간 뒤에도 날마다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조각배로 밀물을 타고 뱃놀이를 하거나,
한 마리 말을 타고 봄놀이를 즐기기 위해 찾아왔다.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자주 찾아왔는데,
이처럼 한 지가 3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임기가 다 차서 이곳을 떠나게 되자,
술자리를 마련하여 내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부터는 종이나 먹이 있어도
누구와 더불어 글을 써서 주고받으랴.
앞으로도 말발굽 소리 울리면서
다산 골짜기로 나를 찾아올 사람이 있겠는가?

그걸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게 바로 괴로움이 즐거움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서 한강을 건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 군도 그때 벼슬을 쉬게 되어 남주藍州,
벽계蘗溪 사이로 나를 다시 찾아와서
산나물과 생선회로 즐겁게 식탁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게 바로 괴로움에서 다시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


나의 벗이여 슬퍼 말게나.
우리 두 사람이 평소 바라던 것처럼
말을 타고 서로 왕래하게 된다면,
절제 없이 놀고 즐기다가 싫증나서 즐거운 줄도 모르게 될 것이다.


거센 여울과 잔잔한 물살이 서로 뒤섞여 물이 무늬를 이루고,
느리고 빠른 소리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이룬다.


나의 벗이여, 슬퍼 말게나.
이 군이 작별의 말을 써 달라고 해서
시 열 수를 지어 그 사실을 서술하고,
그 시첩 머리에다 이렇게 쓴다.
<증별이중협우후시첩서 贈別李重協虞候詩帖序>


다산 정약용 산문집 中      -허경진 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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