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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7년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中 -장석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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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기에 대하여

왜 사람들은 자기답게 살지 못할까?
그것은 '자기'를 제대로 알 지 못한 채 살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를 모르는데 어떻게 자기답게 살 수 있겠는가.

보통 사람은 세속의 방식을 따라 살아간다.
남이 하는 대로 풍속과 유행을 따르며 살아간다.

남들이 남쪽에 집을 지으면 남쪽에 집을 짓고,
남들이 북쪽에 땅을 사면 다투어 북쪽에 땅을 사둔다.

남쪽에 집을 짓지도 않고,
북쪽에 땅을 하지도 않는 사람만이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을 찾으려고 애쓴다.
동양의 철학자 노자는 자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지혜롭다고 했다.

'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누구일까?
'자기'라고도 하고, '자아'라고 하는 것.
'나'는 무엇보다도 '하나'다.

그 하나는 만물의 시작점이요
사물의 궁극점이다.

이 하나가 없으면 만물은
뜻을 잃어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다.
이 하나는 본성이요,
정신이고, 그득찬 도 道다.

노자는 도가 질박하고 이름도 없고 작은 것이라 하였다.
그런 뜻에서 '나'는 작고 질박한 존재로서의 도다.
이 하나가 우주의 웅심점인 '자기'를 이루는 실체다.

내 나이 어느덧 이순耳順을 훌쩍 넘겼다.
이만큼 살아보니, 스스로의 깊은 무지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어렴풋하나마
노자가 말하는 도를 알 듯도 싶다.

노자는 밝은 도는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듯하다고 했다.

평평한 도는 어그러진 듯 하고,
훌륭한 덕은 속된 것 같다고 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또한 아주 희면 때묻은 것 같고,
큰 덕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과 딱 들어맞는다.

나는 굳이 해서 안 되는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남같이 출세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자신이 만든 도구에 속박되어
도구의 도구로 살지 않고
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하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中   -장석주 저

 



국화와 석류의 게절에 대하여

국화가 피고, 석류가 익는 계절이면
나는 이상하리만치 낙관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일들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낙담할 것도 없다.


세 라비, 그게 인생인 것을!
몸 누일 집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주린 배 채울 양식이 있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가로우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버리고 비우면 기운 자국이 있는 옷을 입어도
삶은 부끄럽지 않고 살 만하다.

가진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지만
어차피 하루 세끼 먹는 거나
잠잘 때 작은 침상 하나로 족한 것은
부자나 가난한 자가 똑같다.

사람들은 제가 가진 것조차 다 누리지 못하면서
남이 가진 것을 갈망하고 부러워한다.
어리석은 형태다.

산 자는 모자라고 부족한 대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정직한 방식으로 밥을 번다면 남 앞에 비굴할 것도 없고,
끼니 거를 정도가 아니라면 애면글면할 것도 없는 것이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中   -장석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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