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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7년

다산어록청상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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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저울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연아에게 답함 答淵兒




시비와 이해의 네 가지 조합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삶의 등급이 있다.
옳은 일을 해서 이롭게 되는 것이 첫째요,
옳은 일을 하다가 해롭게 되는 것이 둘째다.
그른 일을 해서 이롭게 되는 것이 셋째다.
그른 일을 하다가 해롭게 되는 것이 넷째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기란 쉽지 않다.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를 입는 것은 싫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른 일을 해서라도 이로움을 얻으려고 하다가
마침내 해로움만 불러들이고 만다.
첫째는 드물고 둘째는 싫어 셋째를 하다가 넷째가 되고 마는 것이다.


 

 

 

 


감정의 조절
 
한 차례 배불러 살이 찌고, 한 번 굶어 수척한 것을 일러 천한 짐승이라 한다.
안목이 짧은 사람은 오늘 뜻 같지 않은 일이 있으면 낙담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내일 뜻에 맞는 일이 있게 되면 생글거리며 얼굴을 편다.
일체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분노, 사랑과 미움이 감정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달관한 사람이 이를 보면 비웃지 않겠는가?
-학유가 떠날 때 노자 삼아 준 가계 贐學游家誡


한두 끼 굶고 비쩍 마르거나, 한 끼 배불리 먹고 금세 표가 나는 것은 천한 짐승들의 일이다.
상황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 것은 군자의 몸가짐이 아니다.
이랬다저랬다 감정의 기복이 잦은 것은 내면의 수양이 그만큼 부족한 탓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들뜨고 가라앉지 마라.
세상을 다 얻은 양 날뛰지도 말고, 세상이 다 끝난 듯 한숨 쉬지도 마라.
바람이 불어 흔들 수 있는 것은 표면의 물결뿐이다.
그 깊은 물속은 미동조차 않는다.
웅숭깊은 속내를 지녀, 경박함을 끊어라.


 


마음의 구멍


사람의 떳떳한 윤리는 오직 지성至誠뿐이다.
삿됨으로 말마암아 욕망과 사정私情이 생겨난다. 삿됨이 들어오는 구멍이 있으니 나고 듦이 너무 빨라, 풀이 싹트고 물이 새는 것과 같다.
떡잎부터 제거하지 않으면 도끼질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개미구멍을 안 막았다간 큰물이져 넘친다. 지혜로운 사람은 기미를 알아 조심스레 둑을 쌓는다. 창문에 자물쇠를 굳게 하고,
대문에 울타리를 엄하게 두른다.
삿됨이 드나들 길을 막고 흘러들 틈을 막아버린다. 그것을 굴복시켜 녹여버리고, 삻다고 감추어서 덮지 않는다.
온갖 거짓 물러나니 하늘은 드넓은데, 성명誠明이 환해지고 나의 덕이 온전하다.
-삿됨을 막는 잠언 閑邪箴


개미구멍이 강둑이 무너진다. 떡잎부터 제거해야 도끼 들고 설칠 일이 없다.
삿됨은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못 본 척 외면하는 사이에 온갖 거짓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횡행한다. 툭 터진 하늘처럼 시원스펀 마음을 닦고 싶은가.
그렇다면 삿됨을 원천봉쇄하라. 자물쇠를 꽉 채우고 담장을 데둘러라.

 

 

 

오직 독서만이

오직 독서 한 가지 일만이 위로는 족히 성현을 뒤쫓아 나란히 할 수 있고, 아래로는 길이 뭇 백성을 일깨워줄 수가 있다.
그윽이 귀신의 정상을 환히 알고, 환하게 왕도와 패도의 계책을 이끈다.
날짐승과 벌레따위를 초월하여 큰 우주를 지탱한다.
독서야말로 우리의 본분인 것이다.
맹자가 말했다.
"대체 大體를 지르는 자는 대안이 되고, 소체小體를 지르는 자는 소인이 되어 금수에 가깝게 된다."
생각이 등 따습과 배부르게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는 데 있어, 몸뚱이가 채 식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없어지는 것은 짐승일 뿐이다.
짐승 되기를 바랄 것인가?


-윤혜관에게 주는 말 爲尹惠冠贈言


배난 불러도 행복한 것이 짐승이다. 좋은 옷, 맛난 음식, 멋진 집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짐승의 삶과 인간의 삶이 여기서 갈린다.
독서를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독서는 나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변화시킨다.
배만 부르면 그뿐인 인생, 매일매일이 똑같은 나날 속에서 삶은 문득 정체된다.


다산어록청상中    -정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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