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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 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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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精選) 목민심서 -정약용 저

​ 목민심서[8부]병전(兵典) 6조

​6. 외침을 막아내기[禦寇]

 


 

굳센 충절로 사졸을 격려해 조금의 공이라도 세우는 것이 으뜸이고, 세가 불리하고 힘이 다한 나머지 죽음으로써 삼강오륜을 부지하는 것 또한 본분이다.

 

고려의 최춘명(崔椿命)이 자주부사(紫朱副使)일 때 몽골 군대가 와서 포위하였는데, 그가 힘껏 지켜 함락되지 않았다.

임금이 몽골 장수 살례탑의 힐책을 걱정하여 사람을 보내 항복하라고 달랬었으나, 그는 성문을 닫고 대답하지 않았다.

삼군(三軍)의 장수가 왕명으로 항복하자, 회안공(淮安公) 정(侹)이 대집성(大集成)을 보내 항복을 권유했다. 그는 성루에 앉아 사람을 시켜 "성 안에서는 회안공이 있는 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대집성이 성으로 들어오자 그는 좌우를 시켜 활을 쏘았다. 대집성이 도망가 최이(崔怡)에게 고자질을 하여 최춘명이 장차 죽게 되었는데, 말과 얼굴빛이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몽골 사람이 이를 보고 "이 사람은 우리에게는 명령을 거역한 자이나 너희에게는 충신이다. 우리들도 죽이지 않는데 너희가 성을 지켜낸 충신을 죽이는 것이 옳겠는가?"하고 굳이 청하여 석방되었다. 후에 논공(論功)에서 일등이 되었다.

정발(鄭撥)이 부산절제사(釜山節制使)가 되어 떠나면서 어머니께 "자식이 벼슬을 구한 것은 본래 어버이를 봉양키 위해서인데, 기왕 임금의 신하가 되었으니 또한 마땅히 나라를 위해 죽어야 합니다.

충과 효를 두가지 모두 온전히 할 수 없으니 어머니께서는 이 자식을 걱정하지 마옵소서"라고 울며 아직 인사를 하자 어머니도 눈물을 감추고 등을 만지며 "떠나거라. 네가 충신이 되면 내가 무슨 유감이 있겠느냐"라고 훈계하였다 .

그는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받은 다음, 아내를 돌아보고 "어머님 섬기기를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하시오"라고 말하니 좌우에서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부산진에 부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준비를 하여 사수 할 계책을 세웠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흔(昕)이었다. 흔은 아버지를 따라 임소에 와 있었는데, 임진년 4월 초사흘날에 망해루(望海樓)에서 잔치를 열고 술이 반쯤 돌았을 때 그가 아들을 불러, "오늘 내가 너와 결별을 해야겠다. 만약 천천히 가다가는 필시 화가 미칠 것이니, 지금 곧 떠나거라"라고 명했다.

아들이 울면서 "어찌 차마 혼자 돌아가겠습니까?"라고 말하자, 그는 "부자가 함께 죽는 것은 이익될 것이 없다. 너는 돌아가서 나의 어머니와 너의 어머니를 봉양해라"하고 종자를 재촉해 말에 태워 떠나보냈다.

그 달 13일에 그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니 적선이 이미 바다에 가득하였다. 그는 겨우 3척의 전함으로 한편 싸우고 한편 물러나 성으로 돌아와, 성 밖의 집을 모두 불질러 싸움에 편리하도록 하고 샛길로 사람을 보내 구원을 청했다.

이날 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달빛은 낮처럼 밝았는데, 그가 성루에서 칼을 기대고 앉아 장님으로 하여금 퉁소를 불게 하니 여느 때처럼 한가롭게 보여, 군사와 백성들이 동요하지 않았다.

이튿날 새벽에 적이 육박하여 성에 기어오르니 칼 기운이 하늘에 뻗치고 포성이 땅을 흔들었다. 그는 장졸들을 거느리고 성을 순시하고 사기를 북돋우며 쏘아 죽인 적의 숫자가 무수하여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정오 무렵 성 안에 화살이 모두 떨어졌다. 한 측근에 와서 "성을 빠져나가서 원병을 기다립시다"고 하자, 그는 "나는 마땅히 이 성의 귀신이 되겠다. 다시 성을 버리라고 말하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떠나고 싶은 자는 가라"고 명령을 내리니, 사졸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감히 자기 위치를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탄환을 맞았고 끝내 성도 함락되었다.

김천일.최경희.황진 등이 죽음을 앞두고 시를 지었다.

"촉석루 아래 세 장사(壯士) 술 한잔 들고 웃으며 강물을 가리킨다. 강물은 유구한 세월을 도도히 흘러 물결이 마르지 않으니 혼도 죽지 않으리."

그후 신유한(申維翰)이 시를 지어 붙였다.

"천지에 임금에게 보답한 세 장사요, 강산에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한 누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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