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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부,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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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

 


세상에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고 가치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게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재물 또한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끝내는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의돈(椅頓)*의 창고 속에 감춰둔 재물은 지금 흔적이 없지만 소부(疎傅)*의 황금은 지금까지도 이야기가 전해오고, 금곡(金谷)*의 화려하던 장막(帳幕)도 이제는 티끌로 변해버렸지만 범중엄(范仲淹)*이 보리배에 보리를 실어 친구를 도왔던 일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왜 그런가 하면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사용해버리는 것은 형태를 사용한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지만,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시혜(施惠)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시혜해버리면 도적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고 불이 나서 타버릴 걱정이 없고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다. 또한 자기가 죽은 후 꽃다운 이름을 천년 두까지 남길 수도 있다.

 

자기 몸에 늘 재화를 지니고 다니는 방법에 그러한 수가 있으니 세상에 그처럼 유리한 게 있겠느냐? 꽉 쥐면 쥘수록 더욱 미끄러운 게 재물이니 재물이야말로 메기 같은 물고기라고나 할까?

 

 

*소부: 중국 한나라 때 소광(疎廣)을 말함. 태부(太傅)를 지냈으므로'소부'라고 했다. 황제에게 받은 재산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금곡: 중국 진()나라 때 부자 석숭(石崇)이 살던 별장이 있던 곳. 석승은 부자의대명사로 쓰인다.

 

*범중엄: 중국 송나라 때 이름난 재상으로 시호는 문정(文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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