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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내 스승의 옷자락 -틱낫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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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서는 바늘에서 눈을 떼지 않으신 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서 계실 때 단지 승복을 기운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었던 대제자(大弟子)의 이야기를 경전 속에서 본 적이 있느냐?"

스승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마. 그 제자는 찢어진 승복을 고치는 일에서 기쁨과 평온을 얻는 적이 많았단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것뿐만 아니라 법우(法友)들의 것도 고쳐주곤 했었지.

한 땀 한 땀 뜰 때마다 그는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리라는 착한 생각을 일으켰단다. 어느 날 바느질을 하다가 그는 심오하고도 훌륭한 가르침을 완전히 깨닫게 되었지. 그리고 여섯 땀을 뜨고 나서는 육신통(六神通)을 얻게 되었단다."

나는 고개를 돌려 공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스승님을 바라다보았다. 스승님께서는 육신통을 얻지는 못하셨다 해도 우리가 도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심오한 경지에 이르셨던 것이 분명하다.

이윽고 바느질이 끝났다. 스승님께서는 가까이 오라고 내게 손짓을 하셨다. 그리고는 한번 입어보라고 하셨다. 그 승복은 내게 조금 컸지만, 그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한 느낌이 가실 일이 없었다.

나는 감동했다. 수도의 삶을 살면서 가장 신성한 사랑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잔잔하면서도 한량없는 그 순수한 사랑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나의 수행 생활에 힘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스승님께서는 내게 승복을 건네주셨다. 나는 승복을 받아들면서 그 속에는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격려와 온화하면서도 사려 깊은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스승의 옷자락  -틱낫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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