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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소개,책속글귀-2019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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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1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


 

[기년아람]에 대하여

기년아람(紀年兒覽)*을 나도 처음에는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요즈음 자세히 읽어보니 소문처럼 좋지는 않더구나.

 

대충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책을 지은 본래의 뜻이 해박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자랑하려는 것이지 실용과 실리에 도움을 주려는 데 있지 않고,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 기록이 번거롭고 간단 명료함이 부족하여 산만하기만 하더라. 이제 한두가지 예를 들어보자.

천황(天皇)과 지황(地黃)의 성명은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선비들은 일컫기 좋아하지 않았다.

 

정통의 경서에는 요(堯)임금 때부터, 정통의 역사책에는 황제(黃帝)때부터 역사가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황제 이상은 단지 햇수만 제시할 뿐, 정통의 경서에 전해오는 것과 같이 편성하지 않는 것이 옳다.

 

요임금 이하 아래쪽의 네 글자를 끊어내어 칸을 질러 우리나라 연대를 기록한 것은 고금의 역사책을 다 뒤져봐도 이 책과 같은 것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또 파계(派系)라는 두 글자도 문리에 맞지 않다. 파(派)라는 것은 분류(分流)라 하고 족당(族黨)의 지분(支分)을 족파(族派)라 부를 수 있는 것인데, 여기에 그 부모를 기록하면서 파계라고 항목을 붙였으니 옳을 리 없다.

 

저서에서 제일 신중해야 할 일은 항목을 세워 분류라는 일이다. 고실(故實)도 혹 이름이나 호 속에 나누어 실었고 고이(攷異)라고 한 것도 더러는 각각의 항목 아래 섞여 적혀 있다.

 

저서에서 가장 신중해야 할 일은 조례(條例)인데 이토록 뒤죽박죽 해놓아선 안된다.

천황씨의 성명은 두가지가 있는 것이 아닌데 왜 고이 속에다 실어놓았는지 모르겠다.

화한합운이신축위원년(和漢合運以辛丑爲元年: [죽서기년 竹書紀年]에는 갑오 甲午로써 원년을 삼고 있다-지은이)이라 한 것도 마땅히 화한합운원년신축(和漢合運​​元年辛丑)이라 해야 옳은데 이(以)와 위(爲) 두 글자가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식의 글 쓰는 투를 못 벗어 버린 것일 게다.

대충 보더라도 글자마다 흠투성이고 구(句)마다 잘못투성이라 이루 다 지적할 수 없을 정도다. 잘 다듬어 요령있게 편집한다면 한두권으로 압축할 수 있어 읽기에도 편할 것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구나.

 

내가 유배생활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가서 열흘 정도만 수고하면 될 텐데.....다만[외국기년(外國紀年) 한권만은 값싼 종이에다 우선 대강대강 베껴서 곁에 놔두고 참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면 좋겠다. 너도 소문만 듣고 실속없이 좋은 책으로 여겼으니 너의 안목이 우습구나.

 

[탐진악부(耽津樂府)]*를 네가 이토록 칭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칭찬하는 법이 아니다.

*기년아람-조선 영조 때 이만운(李萬運) 이덕무(李德懋) 등이 지은 역사 책.

*탐진악부-다산이 탐진에서 귀양 살면서 그 지방의 민요와 민담을 채집하여 한시로 옮겨놓은 시집. 탐진은 강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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